지난 25일 안동에서 발생한 여중생 조모(15)양 피살사건은 원조교제의 심각한 폐해를 재확인한 것이었다.
28일 검거된 용의자 김모(27.봉화읍)씨는 실직자였다.
범행 당일인 24일 직장을 구하려고 안동에 들러 생활정보지를 보며 하루 종일 폭염 속 거리를 헤매다 지친 나머지 잠시 쉴 마음으로 PC방을 찾았다.
무심코 접속한 채팅사이트에서 조양으로부터 원조교제 제의를 받은 김씨는 곧바로 조양을 만나 자신의 승용차에 태우고 봉화 청량산 일대를 돌아다니다 한적한 산길에서 성관계를 가졌다.
김씨가 돈을 줬지만 조양은 너무 적다며 싸늘한 눈길을 보냈고, 몇번을 달랜 뒤에도 변함이 없자 김씨는 차를 세운 뒤 목을 졸랐다.
"경찰에 신고할까봐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생면부지의 상대를 너무나 쉽게 만났고, 대가를 주고 받고 성관계를 갖는 것은 물론 치부가 드러날까봐 두려워 살인까지 저지른 어처구니 없고 황당한 행태였다.
이번 사건 수사에 나선 경찰은 처음부터 범인 검거를 낙관(?)했다.
조양이 지난 6월에도 같은 혐의로 조사를 받은 적이 있어 채팅한 상대 중에 범인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고 결과는 예상대로 였다.
수사를 맡은 형사는 "인터넷 채팅을 통한 원조교제는 2차 범죄로 이어진다는 것이 공식이 되고 있다"며 "가치판단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어린 소녀들에게 돈을 주고 성을 사려는 기성세대들이 문제"라고 개탄했다.
김씨는 범행을 몹시 후회하고 두려워했다.
현장검증과 수사관들에게 범행 당시 상황을 진술할 때 어깨가 들먹일 정도로 몸을 떨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경찰서 보호실에 입감되기 직전 김씨는 성당에서 수녀를 만날 수 있게 해 줄 것을 간청했다.
교인은 아니었지만 인간적으로 뉘우치고 피해자와 가족, 그리고 자신의 가족들에게 용서를 빌기 위해서였다.
김씨는 수녀와 만난 자리에서 "죽일 마음은 정말 없었다"며 다시 오열했다.
"채팅 접속이 되는 순간부터 뭔가에 홀린 듯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며 "나같은 사람이 다시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절규했다.
안동.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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