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돈 갈림길…선택은 '개업'

입력 2004-07-28 14:28:39

"사건이 많으면 돈벌어 좋고, 사건이 없으면 시간 많아 좋은 직업이죠."

평소 잘 알고 지내는 한 변호사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내렸습니다.

요즘말로 하면 상당히 쿨(cool)한 표현이지요. 20년 가까이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도 낭만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분이기에 가능한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변호사는 돈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직업입니다.

'돈과 무관한 직업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는 이들이 적지 않겠지만, 굳이 판.검사와 비교를 하면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판.검사가 변호사 되고, 변호사가 판.검사로 임용되지만, 둘 사이에 뚜렷한 차별성이 있고 이를 '돈'이라는 관점을 통해 들여다 보려 합니다.

얼마전 개업한 검사출신 변호사의 얘기입니다.

그는 검찰 인사에서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자리에 발령이 났지만, 검사 생활에 미련이 남아 개업을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쭉쭉 올라가는 동기들을 보면 그렇게 대단한 것 같지 않은데 자신만 그만두려니 무척 억울했던 모양입니다.

그때 주위에서 그에게 대체로 비슷한 충고를 했다고 합니다.

"지금 그만두지 않으면 돈과 명예, 둘 다 잃는다".

그는 결국 개업을 택했고, 의뢰인이 꽤 많이 몰렸다는 후문을 들었습니다.

아직도 진행 중이긴 하지만 스토리는 해피엔딩에 가깝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판.검사는 명예를 먹고 살아간다고 하고, 변호사는 돈을 먹고(?)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판.검사는 월급을 받는 공무원이고, 변호사는 자격증을 갖고 개인사업을 하기 때문이겠죠.

사법시험 동기들끼리 모인 술자리나 골프장에서도 당연히 계산은 변호사의 몫입니다.

청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주머니 사정이 넉넉한 친구가 부담을 맡는 것이지요.

얼마전 한 중견 판사가 기자에게 들려준 얘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몇년전만 해도 판사라고 하면 주위에서 다시 한번 쳐다보곤 했는데, 요즘은 왜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느냐고 묻습니다.

살아가는 게 그리 넉넉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그 판사가 이 말을 하면서 씁쓸하게 웃음짓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그렇다고 변호사 업무를 모두 돈과 연관지어 생각해서는 곤란합니다.

공익 변론에 앞장서고 사회봉사를 하는 변호사들이 무척 많습니다.

이같은 얘기는 차차 해나갈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줄곧 돈 얘기만 했는데 모든 변호사들이 돈을 많이 벌까요? 절대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직업만큼 빈부격차(?)가 심한 직업도 없을 겁니다.

다음 편의 주제를 짐작할 수 있겠지요?.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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