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어금니를 깨물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국가 정체성에 대한 입장을 재차 묻고 '유신시절 행적과 사과 요구'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박 대표는 27일 "대통령이 헌법을 수호한다는 원칙은 당연한 것"이라면서 "하지만 그 원칙을 많은 사람들이 의
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날 청와대와 한나라당간 정체성 논란과 관련,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헌법에 담긴 사상이 내 사상"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 이같이 밝혔다고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표는 "노 대통령은 지금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때인지 나라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면서 "지난 1년간 현정권의 많은 실정이 드러났고 가장 큰 문제는 정체성에 대해 국민들에게 불안을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또 "(대통령은) 정체성에 대해 문제제기한 데 대해 핵심을 비켜가지 말라"면서 "자잘한 시비를 가리자는 것이 아니며 노 대통령은 (현 정부의) 정체성에 대해 옳으면 옳다, 아니면 아니다고 핵심을 내놓아야 한다"며 한나라당이 질의한 국가정체성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을 밝힐 것을 거듭 촉구했다.
박 대표는 이에 앞서 26일 염창동 당사를 찾았다. 휴가기간 임에도 불구, 당사까지 찾아 선친인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의 과오 논란에 대해 "20년간 사과하지 않았느냐"며 정면 대응했다.
박 대표는 먼저 "야당에서 노 대통령에게 '간첩을 민주화인사라고 한 정부가 민주주의냐'고 묻고, '북한 경비정의 NLL(북방한계선) 침범에 대해 재발방지 요구는커녕 경고도 못하느냐'는 물었지만 대답을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대답은 못하면서 과거가 어떻고 박 전 대통령이 어떻고, 그런 얘기를 자꾸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도 과거사 문제가 불거져 박 대표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박 대표를 '독재자의 딸'로 묘사했던 이재오(李在五) 의원이 재차 '유신 사과'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유신시대 수많은 민주 인사들, 억울하게 죽어갔던 인사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해야 한다"며 "박 의원은 한나라당의 대표이지 한나라당의 전부는 아니다. 대표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이 의원의 주장은 "(유신 시대를) 사과할 필요 없다"는 영남 중진들의 강경 입장과 배치되는데다 "털고 가야 한다"는 이규택(李揆澤).박세일(朴世逸) 의원이나 소장파 그룹의 의견과도 달라 당내 분란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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