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는 몰리는데 해수욕장 상가는 '불경기'

입력 2004-07-27 12:23:44

10년만의 폭염이 계속되면서 해수욕장마다 사상 최대 인파가 몰리고 있지만 피서객들의 지갑은 열리지 않아 해수욕장 상가는 불경기로 울상이다.

동해안 해수욕장내 상인들은 "일기 불순으로 사상 최악이었던 지난해보다 경기가 나쁘다"며 "임대료도 건질 수 없을 것 같다"며 한숨짓고 있다.

영덕군 영해면 대진해수욕장의 상가번영회는 상가 4개를 임대해 영업 중이나 식당 2개는 하루 매출액이 10만원 미만이고 매점도 20여만원대에 그치고 있다. 고영민(44) 번영회장은 "죽을 쑤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매출이 1/3수준"이라며 "경기침체 때문에 피서객들이 주머니를 열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임대상가가 6개인 남정면 장사해수욕장도 식사와 빙과류, 음료 외에는 매기가 없다. 김경일 번영회장은 "피서객 대부분이 음식을 준비해 오는데다 머무는 사람도 없어 해가 지고 나면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긴다"며 "휴가 피크인 7월말에 이런 불경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이 해수욕장의 한 상인도 "요즘은 두세명만 와도 먹을거리를 잔뜩 싸들고 온다. 앞으로 해수욕장내 상가를 개설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10년만의 무더위와 함께 10년만의 불경기도 같이 왔다"고 했다.

피서객들의 잦은 이동도 해수욕장내 상가 불경기를 부추기고 있다. 동해안 곳곳에 펜션 등 고급민박 업소가 들어서면서 피서객들이 낮에는 해수욕장에서 놀다가 밤이면 숙소로 돌아가 버리는 것. 또 예전처럼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고 한낮에 잠깐 바닷가에서 놀다가 다른 피서장소로 이동하기 일쑤다.

김한석(47.영해면 벌영리)씨는 "휴지까지 사오는 피서객들 때문에 한철 장사를 기대했던 해수욕장 주변 주민들은 쓰레기나 치우는 처지로 전락했다"며 "피서지에서 와서 조금이라도 지갑을 열면 해수욕장 경기가 다소나마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영덕.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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