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섬세함으로 '주민 가까이'

입력 2004-07-27 09:06:08

"모두 다 조금씩 함께 노력하면 도원동(桃源洞)이 말 그대로 살기좋은 무릉도원(武陵桃源)이 되지 않을까요."

이태손(51'달서구 도원동)씨는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다.

지난 2000년부터 이 동네에서 운영하고 있는 유치원 원장으로서, 주부로서, 또 대학강사로서 잠시라도 쉴 틈이 없기 때문.

그런 이씨가 요즘 가장 정을 쏟고 있는 것은 주민자치센터. 지난해 9월 달서구 유일의 여성 주민자치위원장으로 선출된 뒤 짬날 때마다 주민자치센터를 찾아 주민들 불편사항을 듣는 한편 프로그램 강사들을 격려하고 있다.

이 위원장의 취임 후 달서구 주민자치센터는 안팎으로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도서실에 소장 중이던 도서 8천여권 가운데 4분의 1 정도인 2천여권을 신간 도서로 교체, 하루 30명 남짓하던 이용자가 100명 수준으로 늘었다.

"주민들이 정말 찾고 싶은 도서실을 만들어보자고 마음먹었죠. 동네에 각급 학교가 8개나 있는데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좋은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해줘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이 위원장은 또 여성 위원장답게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도 주부들의 의견을 적절히 반영, 요가프로그램을 지난 6월 신설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주 2회 열리는 요가프로그램은 정원이 50명이지만 140여명이 지원, 다음 강좌 예약마저 줄을 설 정도라는 것.

아울러 연말에 열던 '송구영신의 밤' 행사를 없애는 대신 가정형편이 어려운 중학생 5명에게 장학금 150만원을 전달하는 한편 달서구지역 12개 경로당에 수시로 시루떡과 수박을 대접, 어르신 공경에도 앞장서고 있다.

"도원동은 택지개발 사업으로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조성돼 여러 지역에서 이사 온 주민이 많아 주민간 이질감을 없애고 결속을 다지는데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지역 봉사단체 회장단과도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의견을 많이 듣습니다.

"

한재열(57) 도원동 동장은 이씨에 대해 "대부분 남성들인 주민자치위원들을 여성답지 않은 리더십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여장부"라 소개하며 "오는 10월 제주도에서 열리는 제4회 주민자치센터 박람회에 대구 대표로 참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75년 유치원 교사로 육영사업과 인연을 맺은 이씨는 "30년간 아이들과 함께 지내다 보니 주민자치위원들과 모임이 있는 날에도 다른데 가지 말고 일찍 집에 들어가라고 충고해 위원들의 반발(?)이 크다"며 "개인적으로는 국악교실도 열고 싶지만 너무 시끄러울까봐 못하고 있다"며 웃었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