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래는 영화감독!

입력 2004-07-26 15:09:11

''세상은 꿈꾸는 사람의 것이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꿈을 좇을 수 있을까.'' 꿈꾸는 청소년, 꿈을 향해 달리는 청소년들의 모습은 아름답다. 그들의 걸음에는 당당함이 깃들여져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부분 청소년들에게 꿈은 꿈일 뿐이다. 학교수업, 학원수업, 월례고사, 중간고사, 기말고사, 입시…. 우리 청소년들에겐 오직 공부와 시험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꿈은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한 아무도 훔쳐갈 수 없다. 공부와 시험에 기죽고 허리가 꺾인 줄 알았던 우리 청소년들은 가슴을 펴고 제 꿈을 키우고 있었다. 끝내 그 꿈을 이루지 못해도 좋다. 그러나 달리는 모습은 아름답다. 꿈꾸는 ''1318''. 그들을 만났다.

"사람들의 진솔한 모습을 담아보고 싶습니다." 김지혜(18.경북여고 3년)양은 호기심이 많다. 사람을 알고 싶고, 세상을 알고 싶다. 고 3이란 무거운 짐을 이고 진 지금도 호기심은 숙지지 않았다.

고3이 된 후 아예 대형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대한민국 고3 이야기''를 1년에 걸쳐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고 있다.

대한민국 고3이란 자신의 위치에서 스스로 주인공이 되고, 엑스트라가 되고, 기획자가 됐다. 수업 중인 친구들의 지친 뒷모습도 카메라에 담았다. 깔깔깔 수다떠는 모습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러나 쉽지만은 않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순간 출연자들의 표정이 바뀌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의 ''대한민국 고3''을 담고 싶은데….

"고3이 공부하는 기계는 아니잖아요. 고3이라는 무게에 눌려 생기를 잃어 가는 친구들을 보면 안타까워요." 김양은 졸업할 즈음이면 대학입학 합격증보다도 더 귀중한 작품을 받게 될 것이라고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공부하기도 버거울 텐데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다.

김양은 "지금 하지 않으면 다시는 고3이라는 시간은 오지 않는다"며 "꼭 해보고 싶은 일이기 때문에 모든 시간들이 즐겁다"고 했다. 그렇다고 공부를 뒷전으로 미루진 않는다. 공부 역시 지금 하지 않으면 안될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김양의 꿈은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감독이 되는 것. 글 쓰기를 좋아했던 어머니와 사진 찍기를 즐겼던 아버지 덕분인 것 같다고 했다.

본격적으로 꿈을 키우기 시작한 것은 고교 진학하면서부터. 수많은 습작을 써봤다. 김양은 "글을 쓰고 있을 때는 피곤함도 느끼지 못한다. 머릿속 생각을 끄집어내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고 말했다.

그는 생각을 끄집어내기 시작하면서 무작정 영화제작 동아리의 문을 두들겼다. 글 쓰기는 말보다 진지하고, 상상력을 펼칠 수 있지만 독자가 제한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대구청소년문화센터 ''우리세상''의 청소년 영상제작단 활동에도 참여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국제청소년영상.연기 캠프에도 다녀왔다. 자신이 쓴 글이 영상물로 태어나는 과정을 체험했다. 편집기술도 배웠다. 또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다. 처음엔 무작정 찾아갔다. 이슈를 좇기보다 사람을 보러 다닌 셈이다. 그러는 동안 무엇을 해야할 지 차츰 알아갔다.

직접 쓰고 영화한 작품만도 3편. 가식적인 사람의 모습을 그린 6분 짜리 첫 작품 ''가면''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사람들의 내면에 존재해 있는 가식적인 모습을 그리면서 나 자신은 그런 사람들과 어떻게 다를까 고민을 해보게 됐어요. 나 스스로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담았던 것 같아요." 꿈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어려움을 만났다.

때로는 정신적인 어려움, 때로는 물리적인 어려움. 어려움의 종류는 많고 많았다. 앞으로도 예상치 못했던 어려움과 조우할 것이다. 각오하고 있다.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음악이나 영화를 한다면 모두들 논다고 생각해요. 처음에 다큐멘터리를 찍는다며 캠코더를 들고 다녔을 때 용기나 격려를 받기보다는 비웃음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김양은 가슴속에서는 키워왔던 꿈을 이제 세상 밖으로 내놓고 기르고 있다. ''길''을 찾아 걸음마를 시작한 셈이다.

미래 자신의 모습도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다. 김양은 "30대에는 독립프로덕션을 차려, 장애인이나 여성에 대한 인권을 다뤄보고 싶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사회 부조리에 대한 경각심을 알려주는 메신저가 되고 싶은 꿈도 있다. 김양은 그런 자신을 ''영상운동가''라고 이름 붙였다.

한국 사회 청소년들에게 ''꿈의 문''은 매우 좁다. 가장 큰 어려움은 주변의 몰이해. 왜 다른 학생들처럼 공부에만 목을 매지 않느냐는 것이다. 김양의 대답은 단호했다. "똑같이 살수는 없잖아요."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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