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 타점 1위 등 도루 뺀 공격 전부문 상위권

입력 2004-07-24 11:31:12

삼성라이온즈 양준혁(35)이 타석에 들어서면 대구 시민야구장 관중들은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다.

그가 홈런을 터뜨리면 "위풍당당 양준혁"을 외치는 목소리로 경기장이 떠나갈 듯 하고 아웃을 당해도 환호가 쉽게 잦아들지 않는다.

올 시즌 양준혁이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방망이를 거꾸로 잡아도 3할은 치고 슬럼프없는 선수로 유명하지만 올해의 활약은 특별하다.

필요할 때 한 방을 날려주는 확실한 '해결사'로 자리매김한 것. 현재 타점 1위(79점), 홈런 3위(22개), 타율 5위(0.333), 출루율 5위(0.431), 장타율 3위(0.608), 득점 5위(61점) 등 도루를 제외한 공격 전 부문에 걸쳐 상위에 올라있다.

이승엽의 공백을 완벽하게 매꿔주면서 팬들의 허전함까지 달래주고 있다.

삼성 내부에서는 "양준혁이 없으면 야구하겠나"라는 얘기까지 들린다.

22일 한화전에 앞서 삼성 덕아웃에서 만난 양준혁은 정작 무덤덤했다.

"지금까지 해 오던 대로 열심히 할 뿐입니다.

" 다른 선수들은 열심히 하지 않느냐는 반문에 "목숨걸고 하는 것과 그냥 열심히 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고 되받았다.

전성기때와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방망이 스피드는 떨어졌지만 기술적인 면에서는 더욱 완숙해진 것 같다"며 스스로를 진단했다.

93년 프로 데뷔 이후 양준혁이 3할대 타율을 기록하지 못한 것은 2002년 삼성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던 해가 유일하다.

당시 부진으로 고민하던 양준혁이 전성기 때 활약을 담은 비디오를 보면서 개발한 것이 지금의 '만세타법'. 양준혁은 "만세타법으로 타격에 새롭게 눈을 떴다"며 "3할대 타율이 2할대로 떨어지고 홈런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던 당시 기분은 참담했다"고 회상했다.

양준혁이 삼성 김응룡 감독을 생각하는 마음은 각별하다.

2001년 LG에서 자유계약(FA)선수로 풀렸지만 2000년 말 선수협 파동 때 핵심 역할을 하면서 모든 구단이 기피하는 선수로 낙인찍힌 것. 이때 김 감독의 배려로 삼성에 복귀할 수 있었다.

이 때문인지 "감독님의 야구 철학에는 100% 공감한다"며 존경을 표했다.

양준혁에게 야구 스승은 김 감독뿐만 아니다.

어린 시절 근성을 가르쳐준 대구상고.영남대 시절 도성세 감독, 야구의 깊이를 깨우쳐준 LG 시절의 김성근 감독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밝혔다.

양준혁은 45세까지는 현역에서 활동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좌타자의 이점이 있고 체력적으로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나를 능가하는 후배가 나오면 말없이 물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직 노총각인 양준혁은 "마음에 드는 여성이 나타나면 결혼하겠다"고 속내를 밝히고 "급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눈이 높기 때문이냐는 물음에는 "그렇지 않다.

예전에 사귀던 사람도 평범한 여성이었다"고 덧붙였다.

"다른 팀에서 활약할 때는 뭔가 겉도는 느낌이 강했고 팬들이 자신을 대하는 것도 다르게 느껴졌다"는 양준혁은 "고향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계속 정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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