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홍기자의 현대車 울산공장 교통지도대 체험

입력 2004-07-24 08:52:38

150여만평에 달하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면적이 넓고 근로자들이 많다보니 공장안은 웬만한 소도시보다 교통이 복잡하다.

명촌종합주차장에서 부품 정문까지 직선도로는 6km, 총 연장 25km에 이른다.

이 구간의 안전을 책임지는 국내 기업 유일의 사내 교통지도대가 이곳에 있다.

일명 '사내 교통경찰관'. 공장안은 하루에 차량 2만여대와 오토바이 6천여대가 통행한다.

사내'외 직원 4만여명이 이 도로로 오고간다.

이곳의 연간 교통사고 발생건수만 해도 80여건. 그만큼 6명의 교통지도대원들의 역할이 막중하다.

그런 만큼 이들은 교통 단속기준을 위반한 직원에게는 경고'견책'감봉'정직 등을, 협력업체 차량에게는 출입금지 조치를 내리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대원들의 일과는 긴장의 연속이다.

이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보자.

◇출근 교통정리

오전 6시40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교통지도대 사무실은 분주하다.

출근시간 교통정리 업무 때문이다.

정종화(52) 교통지도 대장이 반갑게 맞아준다.

도착하자마자 우선 제복으로 갈아 입고 머리에는 헬멧을, 어깨에는 완장을 차는 등 정신이 없다.

의복이 완벽하게 갖춰지면 신고식을 한다.

구호는 "안전".

정 대장은 "주간 3명, 야간 2명씩 2교대로 근무하는데 출'퇴근 시간에는 모두 투입된다"며 "주간조는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야간조는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근무하는 쉽지 않은 업무"라고 소개한다.

은근히 겁을 주는 인상이다.

오전 7시. 명촌종합주차장 앞 정문에 호각을 물고 섰다.

30분 정도 한산하다 싶더니 10분 더 지나자 차량과 오토바이 수천대가 갑자기 몰려든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주차장에 먼저 들어온 차들이 주차를 하는 동안 인근 도로의 차들이 뒤엉키기 시작한다.

극심한 체증이다.

자칫 끝없이 몰려드는 오토바이들과 자동차 간의 교통사고가 우려되는 상황. 이리저리 뛰면서 호각을 불고 고함을 치며 수신호를 하는 시간이 대략 15분. 거짓말처럼 차엉킴 현상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김용현(45) 순찰반장이 "출근 시간 오전 8시를 전후해 6천여대의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집중된다"고 귀띔해준다.

◇도로순찰 및 지도단속

사무실로 돌아와 커피를 마시며 한숨을 돌리는 것도 잠시, 오전 9시부터 순찰차를 타고 2인1개조 교통지도 업무에 나서야 한다.

사무실로 다급한 무전이 날아온다.

에쿠스 생산공장 입구에 협력업체 대형 트럭이 불법주차해 있다는 내용. 현장에 도착해 사이렌을 울리며 차량 마이크로 방송을 하자 20대 운전자가 급히 뛰어나온다.

하지만 차량 출입증은 압수다.

출입금지 7일. 운전자는 "회사에서 심한 문책을 당한다"며 사정했지만 규정대로 할 뿐이다.

동행한 김 반장은 "하루 불법주차 등 신고 전화만 30여건에 달한다"며 "음주나 무면허 운전을 하다 적발되면 직원은 정직'감봉 처분을, 협력업체 차량은 영구 출입금지를 당한다"고 으름장이다.

10여분 뒤 소나타 승용차를 운전하는 30대 직원이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적발됐다.

정차 방송을 하자 휴대전화를 바닥에 떨어뜨리고는 발뺌을 해보지만 경고 스티커를 피해가지는 못한다.

오토바이를 탄 젊은 직원이 베르나 생산공장 인근 도로에서 헬멧을 쓰지않고 달린다.

정지 방송도 무시하고 골목길로 달아난다.

그러자 김 반장은 "무리한 추격전을 벌이면 직원이 사고를 낼 수도 있다"며 핸들을 돌린다.

휴식시간에 만난 모 대원이 주로 수출용 생산차를 선박으로 옮기는 운전자들이 시간에 쫓겨 과속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귀띔해준다.

눈이 번쩍 뜨인다.

오전 11시쯤 과속 도로인 뚝방길에서 스피드 건을 쏘며 과속 단속에 나섰다.

그러나 과속 차량은 없다.

이곳도 일반도로와 마찬가지다.

단속에 나서면 운전자들이 휴대전화로 동료 운전자에게 단속 장소를 알려준단다.

오후 시간에는 순찰을 돌며 안전 시설물을 점검한다.

급경사 도로에 설치된 반사경과 교통 표지판의 이상 유무를 살펴보고 도로 표시선 페인트가 지워졌는지, 또 도로 파손 여부까지 파악해 해당 부서에 통보해 준다.

도로에 화물차가 흘리고 간 기름이 흥건하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퇴근 교통정리.

구내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자 피곤함이 몰려온다.

하지만 곧 퇴근전쟁을 치러야 하기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오후 8시. 명촌종합주차장은 아침 출근시간과 마찬가지로 전쟁터나 다름없다.

주차장에서 수백m 떨어진 경주-울산을 잇는 6차로 7번국도까지 가는데 무려 30분 이상이 걸린다.

주차장을 동시에 빠져나가는 3천여대의 차량 불빛이 끝없이 이어진다.

장관이다.

열대야 무더위 속에서 40여분을 정신없이 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곧이어 또다시 이상한 현상이 벌어진다.

갑자기 세상이 조용해진 것. 1만평이 넘는 엄청나게 큰 주차장에 차량이 거의 다 빠져버리자 정적만이 감돈다.

순간 성취감과 함께 허탈감이 동시에 몰려온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교통지도대원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다.

하긴 이런 성취감과 허탈감을 매일 느끼며 살아갈 수밖에 없으니…. 박진홍기자 pj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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