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개심에 불타서야 희망 없다

입력 2004-07-23 13:48:59

월드컵 땐 온 나라의 화두(話頭)가 '축구' 하나였다.

IMF가 터졌을 땐 온 천지의 화두가 '금모으기'였다.

지금 우리나라엔 온통 '경제'가 화두여야 한다.

취업난이 아니라 인력난이, 소비위축이 아니라 과소비가 걱정이 되는 판국으로 가도 시원찮을 이 판에 여야가 국가 정체성 공방으로 날새게 생겼으니 큰일났다.

시내에 나가보면 '돈 벌이는 안되고 날은 덥고' 분통터지는 국민들이 너무 많다.

박근혜 대표는 엊그제 이렇게 주장했다.

"정부가 국가정체성을 흔드는 상황이 계속되면 야당이 전면전을 선포해야 할 시기가 올 것 같다"고. 그러자 정 모 의원의 입에선 대뜸 "개떡같은 소리 하고있네" 악담까지 튀어나왔다.

기가 막힌다.

야당에게 지금 절실한 것은 만사 제쳐놓고 경제현안에 대한 정책적 협의와 대안(代案)의 제시다.

이 점에서 박 대표의 '흥분'은 순서가 틀렸다.

NLL 침범사건과 간첩의 민주화 인정 등 일련의 사태를 보는 박 대표의 생각은 분명 이유있다.

동조하는 국민들도 많다.

그렇다고 대표 취임일성으로 '정체성' 문제부터 들고나오는 것은 경제난국의 본질을 왜곡시키는 것이다.

현 정권의 경제실정(失政)만 따져도 힘이 달릴 판에 이 무슨 소모전인가.

경제실책에 대한 비난을 '효과의 장기성'에 핑계대어 온 여당이 박 대표의 말 한마디에 기다렸다는 듯 불지르는 행태도 가관이다.

신기남 의장이 대표회담 제의해 놓은 판에 김한길.배기선 의원 같은 중진들은 노골적으로 '박정희 부녀'를 도매금으로 매도하는 발언을 퍼부었다.

도대체 뭐 하자는 짓거린가?

국회 놔뒀다 뭐하는가? 이래서는 경제도 실종, 정치도 실종이다.

결국 이 책임은 청와대와 집권당에 돌아간다.

이쯤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 협상력이 발휘돼야 한다고 우리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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