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살인마' 연쇄살인범 검거

입력 2004-07-18 21:24:44

20명이상 살해...강남 교수부부 '첫 희생'

지난해 하반기 잇따라 터진 부유층 노인 연쇄살

인사건 등 서울 시민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희대의 연쇄살인범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조사결과 연쇄살인범은 올들어 최근까지 보도방.출장마사지에서 일하는 여

성 11명도 무차별 살해한 뒤 시내 곳곳에 암매장하는 등 혼자서 모두 19명을 살해하

는 역대 최다 살인을 기록, '인면수심(人面獸心)'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허준영 서울경찰청장은 18일 오전 서울경찰청에서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 직접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지역 부유층 노인 및 부녀자 연쇄살인 용의자인 유영철(34)씨

를 검거, 구속했다고 밝혔다.

◆ 범행 개요 = 유씨는 지난해 9월24일 서울 신사동 2층짜리 단독주택에 침입,

이 집에 살고 있는 모 대학 명예교수인 이모(73)씨와 부인 이모(68)씨를 둔기로 내

리쳐 숨지게 하면서 서울판 '살인의 추억'의 서막을 올렸다.

이어 10월9일에는 서대문구 구기동 주차관리원 고모(61)씨의 단독주택에서 고씨

어머니 강모(85)씨와 부인 이모(60)씨, 아들(35) 등 일가족 3명을 역시 둔기를 이용

해 살해했다.

유씨는 같은 해 11월 수십억대 재력가인 최모(71)씨의 강남구 삼성동 단독주택

에 침입, 최씨 부인 유모(69)씨를 살해했고, 종로구 혜화동 110여평 규모 2층짜리

단독주택 집주인 김모(87)씨와 파출부 배모(53.여)씨를 살해한 뒤 증거를 없애기 위

해 방화까지 했다.

경찰이 유씨 뒷모습을 담은 폐쇄회로TV(CCTV) 화면과 족적을 확보, 수사망을 좁

혀오자 유씨는 부유층 노인 연쇄살인을 잠정 중단한 뒤 올해 3∼7월 서울지역 보도

방.출장마사지 여성을 범행대상으로 삼아 김모(25.여)씨 등 11명을 잇따라 살해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씨는 자신이 가진 컴퓨터 기술을 이용, 경찰신분증을 위조하고 남대문에서 수

갑을 구입해 윤락단속을 나온 경찰행세를 하면서 보도방, 출장마사지 여성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 잔혹하게 살했다.

◆ 범행 수법 = 유씨는 사전에 범행지역을 답사,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뒤 살인

을 저지르는 '계획 살인범'의 면모를 과시했고 경찰의 DNA 감식까지 고려해 증거를

없애는 주도면밀함을 보였다.

부유층 노인 연쇄 살인의 경우 유씨는 길가에서 멀리 떨어지거나 정원이 넓어

외부에서 집안 상황을 파악할 수 없는 부유층 동네의 100평 이상 2층 단독주택을 주

요 범행대상으로 선정, 목격자가 나타날 가능성을 최대한 줄였다.

또 가족들이 모두 외출하고 노인 혼자 집을 지키던 점심시간 전후나 오후 시간

대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고, 노인 외에 일가족이 함께 있을 경우에는 상대를 가리

지 않고 모두 둔기로 머리를 수차례 쳐서 잔혹하게 살해했다.

유씨는 부유층 주택가에서 연쇄살인을 저질렀지만 현장에서 현금과 저금통장,

귀중품 등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아 원한 등에 의한 단순살인이 아닌 부유층과 사회

에 대한 '증오범죄'임을 드러냈다.

유씨는 또 보도방과 출장마사지 등을 통해 알게 된 여성을 자기 집으로 불러 살

해한 뒤 증거를 없애기 위해 사체를 토막낸 뒤 암매장하는 잔혹의 극치까지 보였다.

유씨는 혜화동 노인 살인사건 현장에서 강도로 가장하기 위해 일부러 곡괭이 등

을 사용, 금고문을 뜯으내려 한 흔적을 남겼고 이 과정에서 손에 상처가 나서 피가

흐르자 경찰의 DNA 감식까지 고려해 현장에 불을 질렀던 것으로 나타났다.

유씨는 또 보도방,출장마사지 여성을 토막,살해하면서 피해자 신원을 확인하지

못하게 피해자 지문을 흉기 등을 이용해 없애고 사체를 검은 비닐봉지로 5-6겹을 싸

서 수차례 운반, 암매장한 뒤 봉지를 다시 거둬오는 치밀함을 보였다.

◆ 범행 동기 = 경찰조사 결과, 유씨는 부유층과 여성에 대한 증오감 등으로 무

고한 시민들을 잔혹하게 살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씨는 절도죄로 수감 중 안마사 일을 하던 부인에게 이혼을 당했고 출소 뒤 전

화방에서 일하던 여성 김모씨에게 청혼을 했으나 전과자.이혼남이라는 사실이 드러

나 거절당하자 여성과 사회에 대해 증오심을 키워갔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유씨가 자신과 일방적으로 이혼한 전처를 살해할 계획을 세웠으나 자녀

를 생각해 이를 포기하고 살해 대상을 보도방이나 출장마사지 여성을 택했다고 설명

했다.

경찰은 또 유씨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서 이를 부유층 탓으로 돌리고 서울

시내 일대 고급 주택가를 골라 부유층을 살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 검거 및 수사방향 = 유씨는 이달초 서울 역삼동 한 여관에서 여성 출장 마사

지사를 감금, 폭행한 혐의로 이달 15일 새벽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14일 "출장 마사지사들이 30대로 추정되는 한 손님의 전화를 받고 나가

기면 하면 사라진다"는 모 보도방 업주의 제보를 받고 유씨를 검거한 것.

유씨는 그러나 경찰에서 감금.폭행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최근 '연쇄살인 사건을

저지른 장본인'이라고 진술하면서 살인사건 용의자로 재조사를 받던 중 간질 발작을

일으키자 경찰이 수갑을 풀어주고 조사실을 잠시 비운 틈을 이용해 달아났다.

유씨는 도주한 뒤 자살을 결심한 듯 극약을 구입했으나 도주 12시간만인 16일

오전 영등포역에서 불심검문 도중 다시 경찰에 붙잡혔고 재조사를 받던 과정에서 서

울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임을 자백했다.

경찰은 이날 유씨에 대해 일단 경찰관 사칭 및 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받

아 수감하는 한편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에 대해서도 별도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

정이다.

경찰은 유씨가 단독으로 연쇄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으나 올들어 부녀자

11명이 잇따라 살해된 것을 감안, 공범이 있는지 여부도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또 유씨가 인천 월미도 노점상 살인 사건 등 인천, 부산 등지에서 추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함에 따라 여죄를 추가수사할 예정이어서 피해자는 20여명대

로 늘어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사진설명)사체발굴 현장의 연쇄살인범 유영철씨 서울지역 부유층 노인 및 전화방, 출장마사지 여성을 연쇄살인 ,암매장한 유영철씨가 18일 오전 서울 봉원사 인근 안산계곡에서 사체발굴을 지켜보고 있다.(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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