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수사 초동단계 '허점'..제보활성화.과학수사 시급
희대의 연쇄살인범 유영철(34)씨는 한 시
민의 결정적 제보가 단서가 돼 경찰에 검거됐다.
◆ '시민 제보가 결정적 역할'= 유씨는 지난해 9월2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모 대학 명예교수 부부를 첫번째 희생양으로 삼은 뒤 같은 해 11월 중순까지 강남구,
종로구 일대의 부유층 주택가를 돌며 모두 8명을 둔기로 잔혹하게 살해했다.
당시 경찰은 혜화동, 삼성동 살인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범인의 족적이 비슷한
것을 확인하고 동일범으로 추정하는 한편 폐쇄회로TV(CCTV)에 잡힌 용의자의 뒷모습
을 확보, 전단지 1만여장을 뿌리고 현상금 5천만원도 내걸었다.
경찰은 또 삼성동 살인사건의 경우 병무청의 신체검사 기록과 범행시간대 지하
철과 36개 버스노선의 사용자, 동일수법 전과자 등 170여만명을 용의선상에 올려놓
고 수사했고 통신 34만 회선을 뒤져가며 범인을 붙잡는데 전 수사력을 집중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첫 희생자가 발생한 이후 경찰 수사는 답보상태를 거듭했고
해를 넘겨서도 미제사건으로 남아 경찰 수뇌부의 애를 태웠다.
경찰은 이처럼 범인검거에 온 신경을 기울였지만 희대의 살인마는 엉뚱한 곳에
서 한 시민의 결정적 제보로 꼬리를 잡혔다.
유씨는 올들어 보도방, 출장마사지 여성을 범행대상으로 삼아 살인행각을 저질
렀고, 최근 출장마사지가 실종되는 것을 이상히 여긴 모 전화방 업주가 경찰에 제보
를 해온 것.
경찰은 이달 14일 "출장 마사지사들이 30대로 추정되는 한 손님의 전화를 받고
나가기만 하면 사라진다"는 모 보도방 업주의 제보를 받았다.
경찰은 이어 "출장마사지 여성을 요청하는 유씨의 전화가 왔다"는 전화방 업주
의 제보를 한 차례 더 받고 유씨와 마사지 여성이 만나기로 약속한 현장에 출동, 15
일 새벽 유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의 재조사를 받던 유씨는 서울경찰청 김용화 수사부장이 유씨가 부유층 살
인사건 현장의 CCTV에 찍혔던 뒷모습과 가장 비슷했다고 지목함에 따라 김 수사부장
이 직접 8시간 동안 심문을 하면서 유씨는 범행사실은 하나둘씩 드러났다.
◆ 경찰수사 '허점' 노출 = 경찰은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그렇게 잡고 싶어 하
던 희대의 살인마를 검거했지만 자칫 용의자를 놓쳐 또다른 희생자를 낳을 뻔했다는
비판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경찰은 16일 오후 유씨를 체포하고도 감시 소홀로 놓쳤다가 다음날 오전에야 다
시 체포했으며 유씨는 도주 후 집에 들러 돈까지 받아갔지만 경찰은 발빠르게 대응
하지 못해 유씨를 즉각 체포하지 못했다.
또 경찰은 유씨가 조사초기 혐의를 부인하고 횡설수설하면서 수사의 초점을 흐
리자 연쇄살인범인지 여부를 확신하지 못하는 등 유씨의 자백에 의존한 수사에도 한
계를 드러냈다.
아무리 불법 업종에 종사하는 마사지 여성이지만 11명이나 죽어가는 동안 경찰
이 이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도 비판을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씨가 마사지 여성들을 잔인하게 살해한 노고산동 원룸이 경찰 지구대와 직선
거리로 50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과 제보가 아니었으면 유씨의 엽기살인행
각이 계속될 수 있었다는 점도 경찰 역할의 한계를 되짚어보게 하는 부분이다.
한 수사경찰은 "현장 증거와 시민제보가 부족해 애를 먹었었다"며 "유씨 검거는
하늘이 도운 것"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서울=연합뉴스) (사진설명) 서울지역 부유층 노인 및 전화방, 출장마사지 여성을 연쇄살인 암매장한 유영철씨.(서울=연합뉴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