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팥 떼준 58세 큰 누나

입력 2004-07-17 11:06:04

'형제로서 할 도리를 한 것 뿐인데….' 16일 낮 경북대병원에서는 혈육의 '피' 뿐 아니라 '장기'까지 나눠 가진 남매가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지난 8일 만성신부전증 치료를 위해 콩팥이식 수술을 받은 안창현(50'대구 수성구 만촌1동)씨와 안씨를 위해 콩팥을 떼어준 맏누나 안분순(58'경북 문경시)씨.

넷째 동생인 창현씨가 신부전증 판정을 받은 것은 지난해 3월. 장기이식만이 유일한 치료책이라는 병원진단에 따라 안씨의 여섯 형제들은 유전자 검사에 나섰고 이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누나 안씨가 이식적합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예순을 바라보는 누나 안씨가 자신의 장기를 떼어주기란 쉽지만은 않은 일. 누나 안씨는 "고령인 탓에 가족들의 조심스런 만류가 있었다"며 "그러나 어릴 적 고향 문경에서 해맑은 얼굴의 창현이 손을 이끌고 산으로 들로 다니던 기억을 떠올리면 하루라도 빨리 이식을 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고 말했다.

마침내 두 남매는 나란히 수술실에 누워 장기를 주고 받았고 수술도 성공적으로 끝났다. 창현씨는 수술을 마치고 의식을 되찾은 뒤 바로 누나를 찾았으며, "누나 고마워"라는 감격의 첫 마디를 건넸다. 누나는 "수술이 잘 돼 다행이며 가족간 사랑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어서 감사하기만 하다"고 했다.

한편, 누나 안씨의 병실에는 창현씨의 딸 지영(16)양이 줄곧 병실을 지켰다. 여섯살 때까지 자기를 업고 돌봐준 사람이 바로 큰 고모인 분순씨였기 때문. 지영양은 아빠를 위해 장기를 떼내는 아픔을 겪은 큰 고모가 너무 안쓰럽다며 고모의 빠른 회복을 위해 정성을 다해 간병하는 일밖에 없다고 했다.

동생의 아픔을 대신해 준 증표로 받은 수술자국이 아직 아물지 않은 분순씨는 아무런 말없이 동생의 손을 꼬옥 쥐고 놓지 않았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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