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저자-이강욱 교수

입력 2004-07-16 09:03:45

"옛날부터 전해 오는 우리 귀신 이야기에는 옛사람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어요. 아이들이나 어른들이 책에 실린 귀신 이야기들을 읽으며 재미나 두려움만이 아니라 거기 담긴 뜻을 찬찬히 음미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이강옥(48) 영남대 국어교육과 교수가 최근 '보이는 세상 보이지 않는 세상'(진경문고)을 펴냈다.

'아빠의 귀신 이야기'란 부제에서 보듯 그는 책에서 우리의 전래 귀신담을 들려주며 그 속에서 우리 조상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 인생철학, 제사의식 등 전통문화가 가진 철학적 의미 등 쉽지 않은 주제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편안하게 풀어냈다.

이 교수는 "'빨간 마스크' 등 엽기적이고 황당무계한 귀신 이야기에 빠져 있는 요즘 아이들을 보면서 우리의 재미있는 귀신 이야기를 책으로 내기로 결심했다"고 출간동기를 밝혔다.

책에는 '학산한언' '계서야담' 등 조선시대 야담집 10여종에서 간추린 30여 편의 귀신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사연 많고 한 많은 귀신들, 이승과 인연을 끊지 못하고 구천을 헤매는 각종 귀신 이야기를 무겁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는 독특한 기법과 톤으로 그려냈다.

특히 귀신 이야기가 생겨난 배경과 다양한 귀신들의 모습이 상징하는 의미 등에 대한 흥미로운 재해석을 통해 '보이지 않는 세상'까지 아우르는 우리 조상들의 철학적 사고와 전통의식이 지닌 의미를 규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원귀(怨鬼)의 대표격인 '머리 풀어헤친 처녀귀신'들의 사연에서는 조선시대 여성의 정조관과 사대부의 이중성을 읽어내고, 이상향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나 환생담에서는 불합리하고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민초들의 한과 소망을 포착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 교수는 "귀신은 죽은 존재라는 점에서 살아 있는 우리와는 정반대라 할 수 있지만 귀신의 눈으로 보면 우리의 본 모습이 더 분명하게 보일지 모른다"며 "우리 조상들이 귀신 이야기를 즐겨한 것은 그런 이유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귀신이나 인간이나 중요한 것은 진실한 마음과 대화"라며 "결국 귀신 이야기도 이 세상 사람들이 더욱 잘 살아가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서울대 국어국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를 받은 이 교수는 미국 예일대 비교문학과 방문교수를 거쳐 현재 영남대에서 고전소설과 수필론을 강의하고 있다.

'조선 시대 일화 연구' '말이 없으면 닭을 타고 가지' 등의 책을 펴냈고, 부인이 유학하는 동안 늦깎이 아빠로서 혼자 아이를 키운 체험과 진지한 자기성찰을 담은 산문집 '젖병을 든 아빠 아이와 함께 크는 이야기'를 펴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교수는 "우리 조상들은 이 세상과 저 세상을 조화롭게 만들려는 커다란 꿈과 철학을 가진 듯하다"며 "앞으로도 박제화된 우리 조상들의 두둑한 옛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그 속에 숨은 조상들의 뜻을 두루 찾아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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