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기만 했던 사랑 함께 나눠 행복해요"

입력 2004-07-14 09:09:40

"세상으로부터 받기만 했던 사랑을 현빈이와 함께 나눌 수 있어 행복해요."

지난 주의 '아름다운 함께살기'에 소개됐던 정현빈(8일자 31면 보도)군의 소식을 전해들은 서구 평리동의 신애보육원 원생들이 얼마되지도 않은 용돈을 모아 성금을 기탁했다.

이들은 부모가 모두 숨지거나 살아있더라도 연락이 끊겨 보육원의 보호속에 정부 보조금과 기탁금으로 생활하며 미래의 밝은 꿈과 희망을 키워가는 학생들.

갖고 싶은 것이 많고 먹고 싶은 것도 많은 때이지만 같은 또래의 학생들보다는 용돈이 항상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데도 할머니와 단둘이 생활하며 소아암까지 앓고있는 현빈이의 소식을 듣고는 1인당 1만원씩, 30만원의 성금을 선뜻 내놓은 것이다.

보육원의 학생들에게는 한달 용돈의 3분의 1을 넘어서는 큰 돈. 성금이 많지 않을지 몰라도 그 속에는 엄청난 크기의 사랑이 담긴 돈이다.

학생들이 성금모금을 결정한 것은 지난 토요일. 전체 모임 시간에 원장님으로부터 현빈이의 사연을 전해듣고 눈시울이 붉어진 학생들은 보육원의 맏이격인 8명의 대학생들을 주축으로 성금을 내 놓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진혜진(18)양은 "현민이가 보육원 인근에 있는 평리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어 남같지 않게 느껴졌다"며 "지금까지 우리가 받아온 도움에 비하면 보잘것 없지만 평생을 두고 갚아나가야 할 빚을 현빈이를 통해 만분의 일이나마 던 것 같다"고 했다.

또 중학교 1학년인 이예림(14)양은 "그러잖아도 부족한 용돈에 성금을 내 놓고 나니 앞으로 한동안 친구들과 쉬는 시간 매점에 달려가는 재미가 조금은 줄어들겠지만 현빈이의 사연을 듣고 가만히 있을수가 없었다"며 "현빈이가 빨리 병을 회복해 할머니와 즐겁게 생활했으면 좋겠다"고 격려를 보냈다.

현빈이의 사연이 나간 이후 '함께 살기' 통장에는 13일까지 103명의 시민들이 736만원의 성금을 기탁해 왔으며 이들의 '아름다운 정성'은 17일 현빈이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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