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함께

입력 2004-07-14 09:09:51

모듬회 접시 한가운데에

그 섬이

있다

난자당한 살점들이 에워싸고 있는, 그

섬에

닿고

싶다

김언희 '그 섬에 가고 싶다'

가열한 매조키즘이 보인다.

모듬회 접시 한가운데 그 섬이 있다니! 난자당한 살점들이 에워싸고 있는 그 섬이 당연히 궁금하다.

섬이 꿈과 낭만의 대상일 때 우리는 돛단배를 타고 그곳에 간다.

섬이 고립과 도피의 세계일 때 우리는 고독의 마차를 타고 그곳에 이른다.

김언희의 섬에 닿으려면 탈것을 버려야 하고, 로 모양을 갖춘 마지막 살점 두 개까지 모듬회 한 접시를 비워야 하고, 무엇보다 그대 자신이 난자당한 살점이 되어야 한다.

강현국(시인.대구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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