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발이 판사' 조무제 대법관의 청빈(淸貧)으로 일관해온 공직생활 일화는 그야말로 '공직의 사표'에 다름 아니다.
다음달 대법관 6년의 임기를 마치고 유명 로펌(법무법인)의 스카우트 0순위도, 변호사 개업도 마다하고 그의 향리 진주시 인근의 부산으로 낙향한다는 대목부터가 올곧은 옛선비를 오늘에 보는 것 같다.
그가 마른 날에도 짚신이 없어 나무로 만든 나막신을 신었다는 '청빈한 선비'를 일컬는 '딸깍발이 판사'란 닉네임을 얻게 된 것은 지난 93년 공직재산 공개때였다.
부산에 25평짜리 아파트 1채와 그의 부친의 예금 1천75만원을 합해 6천여만원을 신고, 고위급 법관 103명 중 꼴찌를 하면서 법조계 안팎에서 '조무제'가 알려졌다.
98년 대법관 임명때도 7천만원이 그의 전재산. 장관급 대우의 대법관 연봉이 많긴 하지만 노모의 병원비 등으로 충당, 퇴임이 임박한 현재도 아파트 1채값도 안되는 2억원에 불과하단다.
동아대 법대를 나와 주로 고향의 영남지역에서 판사생활을 한 향판(鄕判)이 일약 대법관으로 발탁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 淸貧은 공직개혁의 산 모델
94년 창원지법원장 승진 당시 법조계의 관행으로 받은 전별금 5백만원을 고스란히 법원도서구입비로 기증한 그의 집안에는 '골드스타'마크가 달린 TV'선풍기 등 가재도구는 구닥다리 골동품 수준. 졸지에 대법관으로 서울에 올라온 그가 집 구할 돈이 없어 보증금 2천만원짜리 오피스텔에서 생활하면서 의무적으로 배속되는 5급 비서관 마저 국고를 축낼 이유가 없다면서 6년내내 '거부'한데다 매달 4백만원씩 나오는 판공비와 재판연구비조차 총무과장에게 맡겨 직원들 경조사비에 쓰도록 했다고 한다.
어찌보면 치부는 아니더라도 그 흔한 재테크도 모르는 요즘 젊은이들의 말로 '천연기념물'아니냐는 비아냥도 들을만도 하지만 그의 '선비고집'이 강하게 배어나오는 공사(公私)생활은 모든 공직자들에게 웅변으로 '부끄럽지 않게 살아달라'고 외치고 있는 것인줄 모른다.
다름아닌 현 정권과 여당이 입으로 수없이 외쳐대고 있는 '개혁공직'의 산 모델인 셈이다.
문제는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가 '발등의 불'이고 그게 1, 2년 안에 시원하게 해결될 기미가 안보이는 데도 위정자들은 그저 개혁만 외쳐대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기 짝이 없다는데 있다.
그래도 개혁부터 해야한다고 쳐도 그렇다.
침몰하는 경제를 살리는 개혁이 어느것에 우선해야함은 이 땅의 삼척동자도 익히 알 일이 아닌가. 굶어가면서도 개혁에 동참하겠으며, 아니 귓전에 들리긴 하겠는가.
그렇다면 그 순서는 현 우리경제가 이러한데 이런저런 대책으로 살리려 한다는 계획부터 국민에게 알려져야 한다.
또 당초 계획이 무슨 이유로 곤란한 상황이라 이런 긴급 처방부터 우선 쓰겠다는 설명이 부연되는 것도 상식이다.
그래도 왜 효험이 없느냐고 아우성이면 정부도 이런 대책, 저런 처방을 갖고 나갈테니 국민들이나 기업'노조에도 이렇게 저렇게 협조해 달라는 부탁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모두가 그에 따르도록 하는 '신뢰'와 권위, 비전을 정부는 보여줘야 한다.
불행하게도 상황은 그렇게 돌아가지가 않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문제가 지금 그렇게 긴급한가에 대한 여론조차 무시하고 막무가내이다.
◇ 이러니 高非處가 의심받지
이런 판국에 웬 간첩이 민주투사라는 얘기가 나오며 남의 전쟁터에서 교포가 죽어가도록 정부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질타가 터져나오도록 뭘 했는지 참으로 실망스럽다.
그 뿐인가, 측근비리문제로 곤욕을 치렀으면 주변을 철저하게 챙길 일이지 친노(親盧) 사이트 관련자가 교수임용 청탁소리가 왜 나오며 비례대표 금품 로비의혹은 어쩌다 또 튀어나오는가. 일단 의혹이면 국민들이 모두 수긍하도록 조사해서 합당한 조치를 취하는 게 상식이거늘 의문투성이를 남겨두고도 '그게 아니다'고만 하면 그만인가. 일국의 차관이 그렇게 어수룩하며 선거법 위반 등 실정법위반 혐의가 분명 있는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해서 되겠으며 그렇다고 '로비 의혹'이 없어지는가, 검찰은 내사한다고 해놓고 왜 아직까지 침묵하고 있는가. 누구의 눈치를 살피는 게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칼을 빼라. 눈치살필 시대는 이제 지나갔잖은가.
이런 까닭에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를 만들겠다고 하니 '대통령 뜻대로 주무르자는 게 아닌가'하는 의혹이 야당 등 일각에서 제기되는 게 아닌가 말이다.
국회의원 의석 과반(過半)을 여당에 준 민의(民意)를 왜곡해선 안된다.
그래서 '딸깍발이 판사' 얘기를 할 것이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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