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방송간의 치열한 다툼, 주요 이슈에 대한 언론사 간의 판이한 관점 및 보도성향, 인터넷 정보의 홍수 등 급변하는 언론환경 속에서 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여기에 자본을 앞세운 중앙지의 시장 침투도 가속화하고 있다.
이 같은 시점에서 지역신문이 지향해야 할 목표는 무엇일까. 창간 58주년을 맞아 매일신문은 최경진 대구가톨릭대 언론정보학 교수와 김숙희 대구은행 만촌우방지점장을 초대해 '최근의 언론 상황과 신문의 역할'을 주제로 대담을 마련했다.
대담자=최경진 대구가톨릭대 언론정보학 교수, 김숙희 대구은행 만촌우방지점장
▲김숙희(이하 김)=요즘 시민들은 언론을 대할 때 대단히 혼란스럽습니다.
방송과 신문의 관점이 다르고 신문끼리도 관점이 다릅니다.
시민들은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최경진(이하 최)=최근 국론이 분열됐다고 이야기될 정도로 신문과 방송이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신문은 방송이 편파적이라고 비판하고 방송은 신문 시장 개혁을 주장합니다.
이 같은 현상은 과거 국가나 공권력에 의해 언론 자유가 상당히 제약받다가 문민정부 들어서면서 다양한 목소리가 자유롭게 분출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것으로 보입니다.
획일적인 사고 중심에서 다양성이 강조되는 시대가 되면서 발생하는 일시적인 혼돈 현상이죠.
독자나 시청자의 입장에서 이 같은 언론의 모습들은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크게 네 가지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언론이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고루 반영해서 독자와 시청자의 판단의 폭을 넓혀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정한 판단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정보를 골고루 제공해야 하죠. 인터넷 공간을 통해 독자나 시청자가 여러 성향의 매체들을 경험해 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아울러 미디어 교육이 이뤄져야 합니다.
사회 전 영역에 걸쳐 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미디어의 정체성과 활용성에 대한 교육적 노력이 갈등의 폭을 줄여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마지막으로 언론이 매체 간 상호 비평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지금까지 언론은 자기비판에 대해 성역으로 존재해 왔습니다.
언론 스스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고쳐나가는 상호 비평이 활성화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김=자본과 정보를 앞세운 중앙지의 위력 앞에 지역 신문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습니다.
지역 신문의 존재 이유와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최=지역 신문이 존재해야할 당위성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지역 공동체의 이해와 관심사를 가장 적극적으로 대변해주는 언론이기 때문입니다.
지역 신문은 지역 정보를 여타 어느 매체보다 알차게 제공합니다.
자본과 정보력에서 앞선 전국지들이 부수 확장을 통한 광고 단가 인상이라는 상업적 목적만을 위해 지역에 무차별적으로 들어오는 것은 지역 공동체의 자생적 발전을 근본적으로 저해할 뿐만 아니라 국가 균형 발전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지역 공동체는 지역지의 존재와 역할, 위상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또 지역 신문은 지역 밀착형 정보 제공 역할에 우선순위를 둬야 합니다.
▲김=외국의 지역 신문은 어떤가요. 우리의 경우처럼 중앙지들이 전국을 휩쓰는 현상이 일어나는지 궁금합니다.
▲최=언론 구조가 안정적인 외국의 선진 언론을 보면 대체로 지역 신문의 입지 역시 안정적입니다.
안정적이라는 의미는 규모가 비록 작더라도 지역 신문이 갖는 중요성이나 위상을 그 지역에서 해당 지역 주민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각 나라의 역사적, 문화적, 정치적 환경이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직접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전국지들에 의한 신문시장 과점 현상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선진 신문들은 부수확장을 통한 이익 창출보다는 신문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에 더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지역 신문은 지역을 위한 매체로서 지역 정보에, 전국지는 전국적인 뉴스와 세계적인 관심사에 충실합니다.
국내의 경우 신문 지형도가 지난 수십년간 사회 전 영역에서 지속된 서울, 수도권 집중현상에 의해 결정돼 왔습니다.
때문에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제도적 노력과 정책적 규제는 지역신문의 미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김=국내에서도 지역 신문에 대한 지원법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어디까지 진행이 됐고 어떤 원칙이 지켜져야 하는지요.
▲최=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이 지난 3월 22일 진통 끝에 통과됐습니다.
현재 구체적인 시행 원칙인 시행령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오는 9월 22일 시행령이 공표되면 다음날부터 법적 효력을 갖게 됩니다.
이 법에 따르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법제, 재정, 금융상의 지원을 통해서 지역 신문을 활성화시키게 되며 주로 간접 지원이 이뤄질 예정입니다.
지원의 기본 원칙은 건전한 지역신문에 대해서는 지원하되 그렇지 못한 신문은 과감히 배제함으로써 난립하는 지역신문 시장을 개혁하는 데 있습니다.
건전성 여부와 기준은 시행령에 적시하게 됩니다.
▲김=요즘 젊은 세대는 신문을 읽지 않는다고 합니다.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신문 대신 인터넷 정보에만 의존한다면 문제는 없을까요.
▲최=인터넷은 다양한 정보에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유용성이 강점입니다.
하지만 정보의 진위 여부나 가치에는 재고의 여지가 있습니다.
또 정보의 이용과 생산, 재생산 과정에서 윤리적 문제나 저작권 문제 등이 발생합니다.
특히 인터넷은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반대로 개인의 사생활을 심각하게 침해하기도 하는 이중적 도구로 변질되기도 합니다.
고 김선일씨나 니콜라스 버그의 피살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유포되는 것이 극명한 사례입니다.
정보화 시대의 네티즌을 위한 지속적인 교육이 절실한 실정입니다.
▲김=젊은이들에게 신문은 감성적인 사고보다는 이성적인 사고력을 기르는 데 적합한 것 같습니다.
신문을 교육에 활용하는 NIE도 한 방법으로 보이고요. 외국은 어떻게 하며 그 의미는 무엇입니까
▲최=언론 선진국에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미디어를 이용한 교육을 오래전부터 실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신문을 활용한 교육, 즉 NIE가 활성화되고 있는데 최근 사고력을 키우는 데 있어서 전자매체보다 신문 등과 같은 인쇄매체가 인지 발달에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향후 미디어 교육이 의무화될 전망입니다.
신문도 교육 대상 콘텐츠로서 지면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김=지역 신문이 발전하기 위해 신문사는 어떻게 노력해야 하며 독자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최=지역 밀착형 신문만이 살 길이라고 봅니다.
전국지의 위상만을 좇을 경우 지역공동체의 정보망과 정체성이 붕괴되고 거대 자본과 조직력을 장악하고 있는 신문들과 결코 경쟁 상대가 되지 않는 지역 신문은 몰락하고 말 것입니다.
지역 신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독과점 규제, 신문소유지분제한, 공동배달제 등과 같은 국가의 정책적 규제가 필요합니다.
서구 선진국들에서는 이런 정책들을 공히 시행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독자들은 자신의 삶에 관계되는 정보를 어느 신문에서 더 알차게 얻고 있는지를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국지가 지역 공동체의 정보 생산과 유통에 얼마나 실질적으로 기여하는지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아울러 점차 인터넷 인프라 구조가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전국 및 국제적 뉴스는 인터넷이나 지상파 방송을 활용하고 지역의 소식과 정보는 지역 신문에서 얻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정리=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사진: 최근 언론상황에 대해 대담하고 있는 대구 가톨릭대 최경진 교수(왼쪽)와 김숙희 대구은행 만촌우방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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