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좌담-신행정수도와 대구.경북 대응전략

입력 2004-07-07 12:51:53

"새 수도 블랙홀 경계...수도권 규제 계속돼야"

신행정수도 이전 논란과 상관없이 정부의 수도이전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행정수도 이전에 두고 사실상 수도이전지로 충남 연기.공주를 선정하는 등 가히 막힘없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정부의 발빠른 움직임에 대구와 경북은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과연 신행정수도 이전으로 대구.경북에는 어떤 유불리가 작용할지, 이해득실은 어떨지 어느 누구도 똑 부러지는 분석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본보는 관계 전문가를 초청, 수도이전이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대구.경북은 정부 정책을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긴급좌담회를 가졌다.

-사회=정부가 4곳의 행정수도 이전 후보지 중 연기.공주를 수도이전지로 사실상 결정했다.

간간이 지역에서도 행정수도이전과 관련한 논의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과연 수도이전이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자못 궁금해하는 주민들이 많다.

수도이전은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치겠는가.

▲김형기 교수(이하 김)=행정수도이전은 수도권과 지역이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야 한다.

행정수도 이전은 수도권을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정부에서 추진 중인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목표가 진행되면 수도권은 사실상 전체 인구의 50%가 넘게 집중된다.

그러면 수도권은 인구폭발로 모든 계획의 추진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보완책으로 수도이전 프로젝트가 나온 것이다.

또 지역의 관점에서는 국토운영의 재편이라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

수도가 이전하면 기존의 수도권 중심체제는 변화가 불가피하다.

그동안 황폐화돼온 지방도 이제는 서울중심주의에서 탈피해 고도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특히 현대는 스피드 경쟁시대로 우리지역의 경우 경제활동 시간의 단축으로 큰 이익을 볼 수 있다.

여기에는 물론 조건이 따른다.

공공기관을 대구로 이전하고 지역혁신체제를 발빠르게 구축해야 한다.

수도이전으로 거둘 지역의 부수적 효과는 우리와 정부가 하기 나름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동기 교수(이하 우)=정부는 수도권의 산업기능 분산을 위해 수도를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여기에 동의할 수 없다.

수도권의 지방분산은 수도이전으로는 파급효과를 거둘 수 없다.

정부발표대로 한다면 인구분산이라는 심리적 효과는 있지만 수도권을 오히려 비대화시키게 된다.

공주.연기에 새로운 거대도시가 출현해 수도권과 충청권을 합한 '수.청권'이 생기게 된다.

연기.공주에 새 수도가 생겨남에 따라 수도권 규제로 밀려난 공장들이 남하할 것이 분명하고 그동안 별개였던 대전과 충청권이 하나의 경제권으로 합쳐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수도이전으로 인구 500만명 이상의 거대도시권이 새로 탄생하는 셈이다.

정부는 인구 분산효과를 내세우고 있으나 좀 더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김=행정수도 이전으로 수도권 인구를 분산시키는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학자마다 다르지만 행정수도를 옮기면 수도권의 인구는 2030년까지 51만명이 줄고 충청권은 60만명이 느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청권에 늘어나는 60만명의 5분의 4가 수도권에서 옮겨오는 인구가 되는 것이다.

비수도권에서 행정수도로 인구가 빠져나가는 것은 미미할 것이다.

따라서 대구.경북의 인구유출 억제와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공공기관 이전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대구.경북에 어떤 공공기관을 이전시키느냐 하는 문제를 이제는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때다.

지방으로의 이전을 반대하는 공공기관의 반발을 막기 위해서도 신행정수도 이전이 전제가 돼야 한다.

▲우=공공기관의 이전에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느냐. 현재 정부의 2차기관은 대부분 대전쪽으로 이전해 있는 상태다.

나머지는 공기업 큰 것 몇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500명에서 1천명 단위의 소규모 기관인데 분산과 혁신이라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겠느냐. 소위 '수청권'이라는 거대도시가 출현하면 대구.경북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대구.경북은 그동안 수도권의 규제덕을 봤다고 할 수 있다.

수도가 남하해 그런 거대한 규제가 해제되고 나면 대구.경북을 지탱해준 개발잠재력은 유지될 수 없을 것으로 본다.

대구.경북의 풍부한 인력수급과 대학의 변화는 더욱 걱정이다.

그동안 서울로 빠져나가던 고교졸업생들이 이제는 천안의 분교쪽으로 몰려가지 않겠는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무리수보다 다른 정책을 대안으로 내놓아야 할 것이다.

-사회=구체적으로 어떤 대안이 있나.

▲우=인구 분산효과가 가장 큰 것은 대학이다.

총 45조원의 행정수도 이전 비용 중 행정기관을 이전하는 데 12조원을 쓴다는데 총 1조가 들어간 포항공대 같은 대학을 전국에 분산하면 인구분산효과를 더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대학 하나에 인구분산 효과를 본다면 10만명쯤은 될 것이다.

인구분산 효과만 놓고 본다면 행정부 등 정부의 1차기관을 이전한다고 별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회=어차피 정부는 행정수도 이전을 밀어붙이고 있고 공청회 등을 통해 합리화 과정을 밟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대구.경북은 어떤 이득을 볼 수 있을지를 따져보는 게 더 현실적이지 않겠는가.

▲김=대구.경북의 성장잠재력을 어떻게 만들어가느냐가 중요하다.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자체만으로 인구분산 효과를 거둘 수는 없을 것이다.

지역별 전략산업에 입각해 공기업과 국책연구기관의 이전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고급일자리가 늘어나고 대학원이 발전하게 된다.

수도권의 대학들이 프리미엄을 갖게 된 것도 이 때문 아니냐. 정부도 행정부를 무조건 충청권의 행정수도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할 필요가 없다.

충청권에 있어야 하는 부서를 제외하고 나머지 부서는 행정의 효율성을 위해 지방의 현장으로 내려가야 한다.

해양수산부, 농림수산부, 심지어 노동부도 가능하다.

또 행정수도 이전과 함께 각 지방에도 서울대와 맞먹는 대학을 육성하는 구체적 플랜이 마련돼야 한다.

▲우=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의 1차기관을 충청권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것은 넌센스다.

일본도 산도(散都)를 할 것이냐, 천도(遷都)를 할 것이냐는 논란만 하다 실패한 것 아니냐. 통일 후를 대비하더라도 1차기관과 공공기관을 흩어놓는 산도개념으로 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관이 분산된다고 국가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또 대구.경북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지역대학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약 1조원의 투자만 이뤄진다면 지역 대학이 국가의 장래까지 바꿔놓을 수 있을 것이다.

▲김=행정수도가 이전하되 행정부와 정부의 주요 부처만 가고 나머지까지 모두 한곳에 집중될 필요는 없다.

제한적으로 영.호남에 분산배치하는 안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사회=행정수도 이전비용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재원조달은 가능하겠는가.

▲김=당초 대선공약 때는 6조원이 든다고 했다가 인수위 시절에는 30조, 신행정 수도 연구단은 45조6천억원으로 자꾸 늘어났다.

대선 때 6조원이 든다고 한 것은 과소평가한 것 같다.

정부는 45조6천억 가운데 일단 11조만 조달하고 나머지는 민간에서 투자하면 된다고 해 재정압박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정부입장에서는 큰 돈이 아니라고 본다.

수도이전 없이 이대로 수도권을 방치한다면 정부는 매년 수도권에 20만호이상의 신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이대로 간다면 여기에만 25조원 이상이 든다.

행정수도 이전을 통해 수도권 집중 상황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돈은 더 들 것이다.

▲우=수도권이 동북아 중심도시로 제대로 자리를 잡는다면 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쉽다.

2천만명이 사는 수도권에서 50만명을 분산하는 것은 쉬운 것이다.

즉 행정수도 이전 프로젝트는 역으로 수도권을 살리는 정책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정부 말대로 동북아 중심도시 건설이 제대로 안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서울의 경쟁력이 더 있는 상황에서 수도이전을 했다고 해서 인구가 분산되겠느냐.

-사회=대구.경북은 아직 신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득실을 따져 구체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우=대구.경북은 지방분권운동의 발상지로 행정수도이전은 지방분권과 한 묶음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이견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충북을 보면 얼마나 발빠르게 움직이는지 알 수 있다.

충북은 경부선과 호남선 고속철도 분기점이 현재 천안으로 돼 있는 것을 오송역으로 바꾸라고 주장하면서 벌써 정부에 그 안을 제출해 놓고 있다.

수도이전을 통해 충분히 얻을 것은 얻겠다는 충북의 움직임을 대구와 경북도 본받을 필요가 있다.

▲김=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중앙언론을 비롯한 수도권의 반대가 심하다.

이런 상황에 지방이 분열되면 안된다.

행정수도 이전과 함께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고 관련 기업들이 오게 되는데 각 지방이 공동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방의 공동이익을 위해 단결하고 특수한 이익을 위해서는 조건부로 지지하면서 얻어낼 것은 얻어내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대구와 경북, 대구.경북혁신협의회가 이 부분을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우=충청권의 거대도시 출현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수도권의 규제를 풀어서는 안된다.

공장총량제 등 산업규제는 지속돼야 한다.

또 수도권의 대학 증설도 규제돼야 한다.

▲김=그점에 동의한다.

행정수도를 통해 중심이 형성돼 지방이 성장잠재력이 갖춰지기 전까지는 수도권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해야 한다.

정리: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참가자

-김형기 경북대 교수(경제학.지방분권운동 의장)

-우동기 영남대 교수(행정학)

-사회=홍석봉 정치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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