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사람 모이는 도시로 허브 기능을 갖추자-(1)교육-초·중등

입력 2004-07-07 09:13:40

'믿을 수 있는 공교육' 대계 지금 세우자

지역의 특성을 살려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방안은 다양하다.

그러나 가족이 이사를 하고 머물러 살도록 하는 요인은 얼마 되지 않는다.

특히 교통수단의 발달로 전국이 수 시간대 생활권에 들면서 가족 이전은 더욱 제한됐다.

이 때 가족의 정주(定住)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교육이다.

더 나은 자녀교육 여건을 위해서라면 비싼 주거비용과 가계 부담을 마다 않는다.

반면 교육 여건이 미치지 못한다면 출퇴근 불편은 물론 주말 부부 생활까지 감수한다.

이런 측면에서 대구 교육의 수준은 퇴보를 향해 있다.

미래는 더욱 회의적이다.

대구를 중심으로 난립한 대학들은 이렇다 할 특성 없이 현 수준 유지에 급급하다.

그동안 서울 못지않다던 초'중등 교육 경쟁력도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대구를 사람들이 모여드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교육 분야에서 획기적인 변화 노력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상황이다.

초'중등 교육과 대학 교육의 문제점, 변화 방향을 살펴 보고, 혁명적인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 교육의 모습과 비교해 본다.

◇불안한 공교육 경쟁력

3년 전 서울서 대구에 내려온 회사원 ㄱ씨. 중'고생 자녀를 둔 그는 첫 해만 해도 이사를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대구 학교들 정말 공부 많이 시키더군요. 서울에 비해 사교육은 취약해 보였지만 학교 교육은 믿음이 갔습니다.

진학 성적도 좋고요. 애들 대학 갈 때까지는 대구서 함께 살려고 이사를 오라고 했습니다.

" 그러나 부인의 반대로 그는 지금껏 주말 부부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이제 와서 보니 잘 된 일 같다"고 했다.

그의 판단은 물론 주관적이다.

전국 단위 평가에서 나타나는 대구 교육의 객관적인 경쟁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대구 교육청이 철저히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진학과 관련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뿐이다.

5년 전만 해도 대구 수험생의 평균 수능 성적은 자연계가 7대 도시 가운데 독보적 1위를 달렸고 인문계도 2, 3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금은 서울과 부산에 밀리고 있으며 인문계는 6, 7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학부모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건 좀체 성과를 확인하기 힘든 창의성 교육이다.

2년 전 신상철 교육감 취임 이후 대구교육청은 학력 중심에서 탈피해 학생들의 창의성 함양에 힘을 쏟고 있다.

"창의성 교육의 결과는 오랜 시간이 흘러야 꽃을 피우는데 모두들 너무 조급한 것 같다"고 신 교육감은 말한다.

하지만 대학 입시가 최대 관심사인 학부모들을 설득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보이지 않는 변화 노력

이런 가운데 최근 서울시와 경기도 등이 앞다퉈 교육 관련 사업 방안들을 쏟아내면서 지역 학부모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10여개의 특목고 신설을 추진하겠다는 경기도, 경제특구 내에 외국인 학교를 유치하려는 인천, 강북에 특목고를 신설하고 영어마을을 만들고 있는 서울 등의 모습을 시샘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교육계는 "현실성이 없거나 교육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방안"이라고 평가한다.

특목고나 외국인 학교 등은 수요가 많지 않은데다 전체 교육 수준 향상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구의 문제는 지방자치단체나 교육당국이 이런저런 시도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구시교육청의 경우 예산이나 권한 제한, 이해 당사자 대립 등을 이유로 독자적인 정책 추진에 극히 소극적이다.

"예술중학교 하나를 설립하려고 하나 예술고가 사립인 데다 교사 배치에도 잡음이 많을 것 같아 검토만 하는 중"이라는 신상철 교육감의 이야기는 이를 잘 보여준다.

대구시는 교육에 관심을 쏟을 여력도 의지도 없어 보인다는 게 교육계의 시각이다.

한 교육공무원은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되지도 않을 외국인 학교 유치 계획이나 내놓는 걸 보면 교육에 대한 대구시의 관심이나 수준을 알 수 있다"며 "행정기관들이 학교 신설이나 학교 환경 개선을 방해나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했다.

◇공교육 강화 프로그램 시급

지방 시대, 교육은 지방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정부의 지방분권 정책에 따라 교육부도 권한 이양 전담 부서를 조만간 신설한다고 한다.

대구 교육의 현 상황이나 정부 정책 방향으로 미뤄볼 때 지금이야말로 대구만의 프로그램을 추진할 적기로 판단된다.

우선은 공교육 강화가 시급하다.

입시 교육과 학력 만능의 고질적인 풍토를 바꾸고 다양한 인재를 육성하려면 지금의 똑같은 학교, 똑같은 교육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

수요자와 사회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하는 탄력 있는 체제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고교별 특성화를 유력한 대안으로 제시하는 의견이 적잖았다.

A학교는 언어 중심, B학교는 수학 중심, C학교는 과학 중심, D학교는 예'체능 중심 등 선택의 폭을 넓히고 집중할 수 있는 체제를 주장하는 교사들이 있었다.

실업계 고교를 핵심 학과 위주로 재편하고 통폐합하는 방안을 제안하는 교사들도 있었다.

말썽 많은 교사 평가제 대신 학교 단위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책임을 묻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정현 대구시교육위원회 의장은 "각급 학교의 교장과 교사, 학생과 학부모가 머리를 맞대고 가장 적합한 교육 방법을 진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 뒤 전체 결과를 평가한다면 학교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 고교 교사는 "변화에 수반되는 문제점은 누구나 알고 있으나 그것만을 내세워 변화를 기피해온 게 현실"이라며 "교육의 문제를 공론의 광장으로 끌어내 치열하게 토론하고 해결책을 찾겠다는 적극적인 의식이 교육당국과 시민 모두에게 요구되는 때"라고 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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