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경기, 얇아진 주머니 사정으로 멋쟁이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가급적 적은 돈을 들여 남보다 튀어 보이려면? 특히 부모에게 용돈을 타쓰는 입장인 여대생들의 멋내기는 특공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다.
"어, 저건 인터넷 쇼핑몰에서 본 건데…".
젊은이들로 넘쳐나는 동성로 로데오 거리에서 만난 박선현(21.계명문화대 관광과 2년)씨는 남자친구의 팔짱을 끼고 지나가는 한 여성이 입은 노란색 민소매 상의를 흘낏 곁눈질로 쳐다보며 친구들과 귓속말을 나누고 있었다.
"저기 쇼윈도에 걸려 있는 옷도 인터넷 쇼핑몰에서 본 것과 똑같네".
스스로 패션감각이 남다르다고 자부하는 박선현, 정수연(21.계명대 경영정보학과 4년), 유미(22.영진전문대 국제관광과 2년)씨. 이들은 아무런 준비 없이 무작정 쇼핑에 나서는 법이 없다.
철저한 사전 탐색을 통해 값싸면서도 예쁘고 흔하지 않은 옷들을 찾아낸다.
"최신 유행 정보를 놓치지 않으려면 발로 뛰어야 해요".
이들은 서점에서 잡지책을 보다가도 예쁜 옷을 발견하면 디지털카메라나 카메라폰으로 사진을 찍어놓는다.
브랜드 이름과 가격도 휴대전화에 문자로 저장해 놓고 나중에 제품을 구입할 때 가격을 비교하는데 활용한다.
인터넷 쇼핑몰은 사전 정보를 탐색하는데 아주 유용하다.
예컨대 블라우스를 하나 사더라도 일단 인터넷 쇼핑몰에 나와있는 제품과 가격대를 알아본 뒤 거리 매장으로 나서는 것.
"동성로 로데오 거리에서는 캐주얼하면서도 20대 여성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의 옷들을 많이 찾을 수 있어요. 로데오 거리에 있는 단골 가게는 물론이고 20여군데 이상 쭉 둘러보는 게 기본이지요. 인터넷 쇼핑몰에 나와있는 것과 같은 옷일 경우 가격을 비교해 보고 싼 것을 구입해요".
박선현씨는 입고 나온 하늘색 민소매 상의를 로데오 거리에서 3만3천원에 구입했다고 했다.
"요즘은 가슴선이 많이 파인 옷들이 유행이잖아요. 옷의 빨간 꽃무늬나 별모양 스팽글도 유행을 잘 드러내 보여주고 하늘거리는 소재가 덥지 않아 마음에 들어요".
그러고 보니 정수연씨도 가슴선이 깊숙이 파인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여성스러운 느낌을 주는 유미씨는 가슴선을 드러내는 대신 배꼽이 보일랑말랑 하는 짧은 보라색 상의를 입고 나왔다.
"요즘 젊은 여성들은 예쁜 티셔츠나 가슴선이 파인 디자인 등 상의는 몸에 붙는 걸로 '야시시한' 느낌을 살리고 하의는 진바지 등 밑으로 퍼지는 스타일로 입는 것을 선호해요. 아니면 아예 힙합스타일로 티셔츠를 몇 개 겹쳐 입고 카고바지를 입는 식이지요. 신발은 대부분 구두 대신 편한 운동화를 신어요".
정수연씨는 자신이 신고 있는 굽높이 운동화도 인터넷 쇼핑몰에서 산 것이라고 했다.
로데오 거리 매장에 나와있는 것보다 3만원이 더 쌌기 때문이란다.
"옥션 사이트에서 경매로 명품 선글라스를 반값에 구입했어요".
유미씨는 진품인지 아닌지 의심이 가기는 했지만 가격이 절반으로 싸 인터넷 경매로 명품 선글라스를 구입했다고 한다.
가격은 15만원.
단돈 몇 만원대의 옷을 찾아다니면서 선글라스는 명품을 구입한다니….
"여름 한철 쓰는 티셔츠나 샌들 같은 것은 싸고 예쁜 걸로 찾지만 오래 사용해야 하는 가방이나 겨울 신발같은 것은 질좋은 고가로 구입하기 위해 돈을 투자합니다".
옷, 소품 하나를 구입해도 전략을 세우고 소신껏 구매하는 신세대들.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유행 경향과 가격 정보를 꿰뚫고 있지 못하면 이제는 멋쟁이 대열에 끼기도 힘들 것 같다.
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사진: 동성로 로데오 거리쇼핑에 나선 유미, 정수연, 박선현씨.(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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