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축구 '빅5' 몰락...파란

입력 2004-07-06 08:17:34

'언더독' 그리스의 기적같은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04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4)는 전통의 강호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잉글랜드 등 '빅 5'가 4강 문턱에서 동반 몰락하며 대회 내내 파란을 몰고 왔다.

티에리 앙리(프랑스), 크리스티안 비에리(이탈리아), 라울(스페인), 미하엘 발라크(독일) 등 내로라하는 기성 스타들이 침묵한 가운데 웨인 루니(잉글랜드),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포르투갈), 밀란 바로시(체코), 기우르카스 세이타리디스(그리스) 등 만 18-23세 새별들이 미래를 기약했다.

이밖에 이탈리아 간판 공격수 프란체스코 토티의 침뱉기 파문과 C조 조별리그 스웨덴-덴마크전에서 불거진 '음모론' 등 온갖 사건과 화제가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올라 대회 내내 끊임없는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지각 대변동

대회 개막 전 전문가들의 8강 진출 예상팀은 포르투갈, 스페인, 프랑스, 잉글랜드, 이탈리아, 스웨덴, 독일, 네덜란드가 꼽혔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등 굵직한 세 팀이 먼저 나가 떨어졌다.

스페인은 골게터 라울의 침묵으로 무적함대의 위용을 과시하지 못했고 이탈리아는 토티의 '더티 플레이'에 음모론까지 부추겨 탈락의 쓴맛을 보고 동정조차 받지 못했다.

독일은 세대교체 실패로 2년 뒤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성적을 당장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반면 체코는 조별리그에서 3전 전승으로 16개팀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고 덴마크도 슈마이켈의 후계자 쇠렌센을 앞세워 아주리군단 이탈리아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신문선 SBS 해설위원은 "최강 프랑스의 전성기가 쇠퇴했고 독일은 퇴조기에 접어들었다. 반면 마이클 오언에 이어 루니를 발굴한 잉글랜드는 8강에 그쳤지만 인상적이었다"고 평했다.

그리스는 8강전부터 우승 후보 프랑스, 체코, 포르투갈을 모두 1-0으로 꺾고 우승해 정상까지 정복할 수 있는 수비축구의 전형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뜬 별과 진 별

만 18세 원더키드 루니는 조별리그 스위스.크로아티아전에서 2골씩 뿜어내며 득점 공동 2위에 올라 대회 최고의 스타로 부상했고 소속 팀 리버풀에서도 입지가 흔들렸던 바로시는 4경기 연속골에 5골로 득점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호나우두는 2골 2도움으로 10대 이적료 최고액의 몸값에 걸맞은 알찬 활약을 펼쳤고 환상적인 뒷발차기 골의 주인공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스웨덴)와 소리없이 3골을 뽑아낸 욘 달 토마손(덴마크), 프랭크 램파드(잉글랜드)도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결승전 승리를 이끌어낸 안겔로스 카리스테아스와 '골넣는 수비수' 트라이아노스 델라스, 올림픽에서 또 보게 될 세이타리디스 등은 그리스 신화를 다시 쓴 주역으로 기록됐다.

마르셀 드사이, 빅상테 리자라쥐(이상 프랑스), 네덜란드 수비진을 이끌어온 야프 스탐, 프랑크 데 보어, 체코의 파벨 네드베드와 카렐 포보르스키, 골든 제너레이션의 일원 후이 코스타(포르투갈) 등이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벗을 전망이다.

아트사커 마에스트로 지네딘 지단(프랑스)과 돌아온 골잡이 헨리크 라르손(스웨덴), 루이스 피구(포르투갈) 등도 독일월드컵까지 활약하기에는 세월이 너무 많이 지난 느낌이다.

◆사령탑의 무덤

독일 출신의 오토 레하겔(그리스) 감독을 일약 영웅으로 만든 유로2004는 루디 푀일러(독일), 이나키 사에스(스페인), 오토 바리치(크로아티아), 플라멘 마르코프(불가리아) 등 4명의 감독을 무덤으로 보냈다.

계약이 만료돼 감독직을 떠났지만 자크 상티니(프랑스), 조바니 트라파토니(이탈리아) 감독도 쓸쓸한 뒷모습을 보였다.

반면 독일에서 끈질긴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한 레하겔 감독과 독일.네덜란드 감독 후보로 동시에 하마평이 오르내리는 거스 히딩크 PSV 에인트호벤 감독, 프랑스 사령탑 후보 장 티가나 등은 주가가 치솟고 있다.

이밖에 이번 대회에서는 토티와 스위스의 알렉산드르 프라이 등 2명이 상대 선수에게 침을 뱉는 비신사적 행위를 몰래 저지르다 TV 카메라에 뒤늦게 들통이 났고 잉글랜드 축구 팬이 피살되는 사건도 일어났다.

결승전에서는 종료 직전 관중 1명이 그라운드에 난입해 볼 대신 온몸을 네트에 내던지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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