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협동조합에게 특정 품목의 공공 조달 물량을 배정하는 '단체수의계약제도'의 폐지 방침을 놓고 정부와 중소기업협동조합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대구.경북을 포함한 전국 중소기업 협동조합은 뚜렷한 대책없이 단체수의계약제도를 조기 폐지할 경우 대기업에게 공공 조달 물량을 빼앗겨 중소기업들의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올 연말이나 내년까지 시장경쟁체제로 전환해 카르텔(가격담합), 독점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한편 비조합 회원들에게도 정부 납품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죽는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대구.경북지회에 따르면 단체수의계약에 참여하는 지역 조합은 직물, 비철금속, 콘크리트, 가구, 아스콘, 레미콘, 합성수지 등 총 13개(21품목)로 전체 회원 기업은 1천개 수준. 전국적으로는 81개조합(1만3천2개 기업), 134개 품목에 지난해 납품실적만 4조8천918억원에 이른다.
대구.경북 조합들은 단체수의계약으로 배정 받는 공공 조달 물량 비중이 적게는 10%, 많게는 30%를 상회해 이 제도를 조기 폐지하고 공개 경쟁 체제를 도입할 경우 대기업과 납품단가 경쟁을 벌여야 하는 중소기업 상당수가 아예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소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때까지 적어도 3년 이상 폐지 시기를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조합들은 정부가 단체수의계약제도 조기 폐지 방침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10일을 전후해 과천정부청사나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대규모 결의대회를 여는 등 대대적 집단행동에 돌입할 예정. 최근 결성된 단체수의계약제도 수호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홍백파 계량계측 기기조합 이사장)에 따르면 이날 대정부 투쟁에 참여하는 회원업체 대표 및 임직원은 전국적으로 4, 5만여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박종수 대구.경북중소기업협동조합협의회 회장은 "말이 좋아 공개 입찰이지 갓난 아기(중소기업)가 무슨 수로 어른(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겠냐"며 "올들어 대기업 원가 압력이 심화돼 최악의 경영난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 조달 시장까지 대기업에게 빼앗긴다면 줄도산 사태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 더 많은 中企에 납품 기회"
단체수의계약 폐지를 주도하고 있는 중소기업청과 산업연구원은 중소기업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조기 폐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부 조합 경우 가격담합을 통해 시중 가격보다 20% 이상 높게 정부 납품가격을 책정하는가 하면 조합내 몇몇 회원사만이 정부 조달 물량을 독점하는 등 단체수의계약제도가 본래 취지를 잃고 있다는 것.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단체수의계약 제도가 폐지된다고 대기업들이 공공 조달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아니다"며 "적절한 중소기업 보호 장치를 마련할 경우 더 많은 중소기업인들에게 납품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정 품목에 관한 한 대기업 참여를 배제하고 같은 중소기업이라 하더라도 재무구조, 생산능력, 종업원 수에 따라 3, 4 등급으로 나눠 비슷한 규모의 중소기업끼리만 경쟁하는 등급경쟁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단체수의계약제도 폐지는 국내 협동조합들의 경쟁력 강화와도 관련이 있다"며 "공개 입찰 경쟁은 업종 중심의 협동조합을 사업 조합으로 변화시켜 중소기업공동상표 개발, 판로개척 등의 선진국형 기업단체로 정착시키는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