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長 자리다툼 '볼썽 사나운 한나라'

입력 2004-07-02 12:01:10

한나라당이 상임위원장 선출문제로 어수선하다. 원내대표의 사전 조율이 먹혀들지 않고 있고 여성 몫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또 동료 의원들에게 자신이 적임자임을 내세우며 상임위 운영 포부를 밝히는 등 '자가발전식' 홍보에 나선 이들도 있다.

특히 대구.경북은 지역 의원끼리 경쟁을 벌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부산과 경남 의원들이 조율을 거쳐 각각 김무성(金武星.부산남구).김용갑(金容甲.경남밀양 창녕) 의원을 조직적으로 미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를 두고 지역내 '맏형' 역할을 할 정치인이 팔짱을 끼고 있다는 질책이 나온다. 또 '못 먹어도 고'라는 지역 정치권의 모래알 의식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현재 한나라당 몫의 상임위는 법사위, 재경위, 교육위, 농림해양수산위, 과기정보통신위, 환경노동위, 여성위, 산자위 등 8개. 상임위원장을 바라는 의원들은 대략 17명 선으로 2대 1의 경쟁률을 약간 상회한다. 이중 여성위는 희망자가 한 명도 없고, 환노위는 이경재(李敬在) 의원만 혼자 지원한 상태다.

따라서 몇몇 상임위는 경쟁률이 3대 1을 육박한다. 농해수위원장에는 공교롭게도 경북출신 3선 의원인 권오을(權五乙), 김광원(金光元), 이상배(李相培) 의원이 나란히 거명된다. 서로 잘 아는 처지에 경쟁을 벌이다가는 세 사람 모두 창피를 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조율 가능성이 남아있긴 하지만 타지역 의원들이 혀를 차고 있다. 경남의 한 재선 의원은 "선후배 지간인 경북 의원 3인이 서로 경쟁하는 모습이 볼썽사납다"고 했다.

산자위원장 후보로는 맹형규(孟亨奎), 김용갑, 임인배(林仁培) 의원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DR(김덕룡 원내대표)의 마음이 특정인에 이미 가있다는 소문이 파다하지만 후보들 저마다 자신의 낙점을 외친다.

재경위원장을 놓고는 박종근(朴鍾根).김무성 의원, 과기정보통신위원장엔 이해봉(李海鳳).김영선(金映宣) 의원, 교육위원장 후보로는 안상수(安商守).황우여(黃祐呂) 의원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지역 출신 박종근.이해봉 의원의 경우 나름대로 전문성을 갖춰 경선으로 갈 경우에도 유리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전반기 상임위원장을 희망하는 지역 의원이 6명이나 되는 탓에 되레 역풍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지난 30일과 1일 상임위원장 희망자들을 불러 사전 조율을 폈으나 실패했다. 위원장을 1년씩 돌아가며 맡는 방안이 절충안으로 논의되는 등 조율 가능성은 남아 있다. 그러나 끝내 교통정리가 불발에 그칠 경우 오는 5일 의원총회를 열어 경선으로 위원장이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상임위·특위 위원장 후보는 경선을 통해 선출토록 돼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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