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곡동 '배밭골'

입력 2004-07-01 13:52:25

여름철 최고 별미인 냉면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쳐가면서 질긴 면발을 끊으려고 연신 목을 위로 쑥쑥 뽑아내며 먹는 재미가 있다. 냉면이 질긴 이유는 전분 때문으로 전분이 많을수록 더 질기며, 질길수록 씹는 맛은 더욱 쫄깃하다.

달서구 이곡동의 '배밭골'. 육질 좋은 고기메뉴와 함께 함흥식 냉면을 잘하는 곳이다.

고구마전분(95%)에 메밀(5%)을 섞은 재료를 뜨거운 물에 손 반죽해 삶아낸 뒤 얼음물로 급랭시킨 면발은 당겨도 잘 끊어지지 않을 정도로 질기다. 주재료가 고구마전분이다보니 삶아낸 면도 하얀색에 가까운 밝은 회색을 띈다. 이를 커다란 냉면그릇에 담아 사골육수, 채 썬 무와 배, 양념장과 함께 홍어회, 오이채를 얹어 내놓는다.

곰삭은 홍어회의 새콤함이 침샘을 자극해 첫 입맛을 돋워준다면 가늘게 뽑힌 면발은 양 볼이 볼록거릴 정도로 씹어도 쫄깃함이 남아 있다. 사골육수에 양파?배?마늘즙, 태양초, 파로 맛을 낸 배밭골 함흥냉면의 양념은 먹을 때는 단맛이 나다가 먹고 난 뒤 매운맛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 여기에 30년 경력의 조리사가 만드는 손맛이 보태져 맛을 더욱 짙게 만든다. 입안에서 아삭거리는 배, 무채도 맛있다.

"잃어버린 여름입맛을 돋우는데 냉면만한 것이 없다"는 주인 배석암씨는 "살얼음이 동동 뜨는 시원한 육수를 마실 수 있는 평양식 냉면도 좋지만 땀을 흘려가며 먹는 매운 함흥냉면은 뒷맛이 더 시원하다"고 말했다. 그릇을 비운 다음 따뜻한 육수를 한 컵을 들이키면 화끈거리던 입안이 진정된다.

갈비살, 등심, 안창살, 차돌배기로 구성된 배밭골모듬구이(400g)는 어른 세 사람이 배불리 먹을 수 있다. 배밭골은 성서 E마트와 아드리아 웨딩 사이에 있다. 함흥냉면 한 그릇 5천500원. 문의:053)582-8500

우문기기자 pody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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