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노모의 아들 사랑
28일 오후 5시쯤 성서 주공 임대아파트 7층.
여든이 넘은 배순분(82) 할머니가 하염없는 슬픔에 넋을 놓고 울음만 삼키고 있었다.
배 할머니는 "이제 죽을 날도 얼마남지 않았는데 불쌍한 아들을 두고 어떻게 눈을 감겠느냐?"며 "국가라도 나서서 우리 아들의 남은 삶을 보상해 달라"며 절규했다.
이렇듯 배 할머니가 주체할 수 없는 눈물로 하루하루를 지새는 것은 홀로 살고 있는 막내 아들 정태수(51)씨에 대한 걱정 때문. 정씨는 30년 가까이 정신분열증과 대인공포증, 불면증 등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20여년째 일자리도 없이 12평 임대아파트에서 감옥 아닌 옥살이를 하고 있다.
그에게 정신병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해병대 제대 이후. 단기 하사관으로 3년 동안의 군복무를 마친 그는 군에 있을 당시 매일 반복되는 심한 구타와 욕설 등으로 인해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정서불안, 대인기피 등의 증세가 나타났다.
때문에 그는 자주 직장을 옮길 수밖에 없었고 그 때마다 좌절을 반복, 결국 구직을 포기해 버리기에 이르렀다.
정씨는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했지만 10여년 전 아내마저 남편의 무능력을 비관, 하나뿐인 아들을 남겨두고 집을 나가버렸다"며 "지금 저를 곁에서 지켜주고 있는 사람은 어머니 한 분뿐"이라며 힘없이 말했다.
그는 "무릎이 아파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내 자신이 더욱 초라해진다"며 "효도를 하고 싶은 마음이야 더없지만…"이라고 말끝을 잇지 못했다.
12평의 좁은 임대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는 두 모자(母子)의 한달 생활비는 20여만원. 정신장애 판정을 받은 뒤부터 국민기초생활보호대상자(1급)로 선정돼 매달 나오는 돈과 할머니가 한달에 8천원 정도 받는 교통비가 수입의 전부다.
배 할머니는 "그나마 기초생활보호대상자로 선정돼 돈을 받고 있지만 월세와 관리비 등을 내고 나면 밖에서 식사하는 것은 생각조차 하기 힘들다"며 아들에게 제대로 외식 한번 시켜 주지 못한 것을 미안해 하며 애처로운 눈길로 아들을 바라봤다.
두 모자는 밤낮으로 함께 얘기하며 서로를 위로한다.
낮에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면 아들이 손수건을 준비하고 밤에 아들이 눈시울을 적시면 어머니가 어루만져 준다.
정씨는 "10년째 밤마다 수면제를 먹고 잠을 청한다"며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 하지만 의지대로 되지 않는다"고 고개를 떨궜다.
이제 이순을 바라보지만 여전히 어린(?) 자식이기에 아들걱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배 할머니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대에 보냈는데 정신병자가 되어 돌아오면 어머니 마음은 어떻겠습니까?"라며 망연자실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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