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틀임하는 중국 경제, 축복인가 재앙인가
최근에 IR에서 만나는 외국인 투자가들로부터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중국 경제의 부상이 국내와 지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이다.
새롭게 떠오르는 중국 경제가 우리에게 축복일지 재앙일지에 대한 물음은 외국인 투자가들만의 몫이 아닌 우리 모두가 매달려야 할 화두이기도 하다.
중국 경제는 지난 10여 년 동안 연평균 10%에 달하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세계 각국으로부터 자금과 자원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자 '세계의 공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중국이 세계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세계 경제성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육박, 세계 경제의 새로운 중심축의 역할을 맡고 있다.
중국 경제가 현재의 속도로 성장할 경우 GDP 규모가 아마도 2020년에는 일본을 따라잡고 2040년에는 미국을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용틀임하는 중국 경제가 일으키는 거센 변화의 물결의 영향권에서 우리 경제도 결코 비켜서 있을 수는 없게 되었다.
1992년 한.중 수교 당시 제6위의 수출대상국이었던 중국은 2001년에 일본을 앞질러 2위에 오른데 이어 지난해에는 미국마저 제치고 전체 수출의 18.2%를 차지, 우리의 최대 교역 파트너로 떠올랐다.
지난해 중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1천240억 달러에 달했다.
이에 반해 한국을 비롯하여 일본, 대만, 아세안(ASEAN) 등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서는 1천억 달러 남짓한 규모의 적자를 보임으로써 결과적으로는 미국에서 벌어 와 아시아 국가들의 상품을 사 쓴 셈이다.
대구.경북지역 경제의 대 중국의존도 또한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은 2002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대구.경북지역의 최대 수출상대국으로 자리매김하는 한편, 대구.경북지역 기업의 지난해 해외투자액 2억 2천611만 달러 중 78.6%가 중국으로 향했다.
비행기로 한 시간이면 닿는 칭다오를 중심으로 한 산둥성 지역에는 4천여 개의 한국 기업이 모여 있고 대구.경북 지역 기업만도 217개나 진출해 있다.
칭다오 시내에는 한국 간판이 즐비하고 '한국 주간'을 마련할 정도여서 그 옛날 중국 당(唐)나라에 설치된 신라인들의 집단거주지인 신라방(新羅坊)을 연상할 만큼 한중 간의 경제적 교류는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지난 60년 동안 미국 경제에 가장 크게 의존해 온 우리 경제가 이제는 중국이 기침하면 한국이 독감에 걸린다고 할 만큼 세계 경제의 거인 중국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서 와 있다.
◆ 기술력.경쟁력의 우위로 극복해야
경제성장의 중심축이 중국으로 이동하고 국내 기업의 잇따른 중국 이전에 대해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대체로 두려움과 우려의 시각이 지배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중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불안이 채 가시지 않고 있는 데다 우리 기업들의 중국 이전에 따른 국내 및 지역 산업의 공동화와 일자리 감소가 주된 걱정거리였다.
동아시아 발전과정을 설명해주던 '기러기떼 모형(flying geese model)'의 이론이 무색해지는 가운데 전자.자동차 등 고부가가치의 첨단기술 산업 부문마저 중국의 급속한 추격에 직면하고 있는 점이 불안감을 더욱 부채질했다.
하지만 지역 기업의 중국 진출을 산업공동화와 일자리의 감소라는 비관적 시각으로 바라보지만 말고 우리 기업의 적극적인 구조조정과 지역 산업의 구조고도화를 위한 돌파구로 활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어떤 산업은 중국에 주고 어떤 산업은 우리가 갖는 식의 전통적 분업 개념으로부터 벗어나, 저부가가치 제조 공정은 중국이 맡고 연구개발, 마케팅, 디자인, 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분야는 한국이 담당하는 '산업 내 분업협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산업 내 분업은 중국에 대한 기술력의 우위를 유지할 때 가능하다.
지역 대종 산업인 섬유산업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기술력의 우위를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시장과 고객의 수요에 맞춰 섬유의 전 공정을 조직화하고 기술발전과 상품개발을 주도하는 데 있어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컨버터사업자(Converter)를 적극 육성해야 할 것이며, 이는 제2차 밀라노계획의 주요 중심 사업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최근에 확정된 균형발전 5개년 계획과 지역혁신발전 5개년 계획에서 선정된 시도별 전략산업을 성공적으로 육성하여 향후 지역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성장 동력산업으로 자리매김토록 해야 할 것이다.
메카트로닉스, 전자.정보기기, 생물, 신소재.부품, 문화.관광 산업 등 이번에 선정된 지역의 전략산업들은 한결같이 산업 간 정보공유와 지역 간 협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산업들이라는 점에서 지역의 대학.기업.지자체 등의 각 혁신주체들이 합심 협력하는 '지역혁신체계(RIS)'의 성공적 운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화언(대구은행 수석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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