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신뢰성과 우리 농업

입력 2004-06-30 09:01:26

신뢰감은 사람의 마음을 여유롭게 하여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게한다.

이런 사람들은 일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고 미래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여 보다 안정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반면 불신감은 마음을 초조하게 만들어 무엇이든 의심하게 하고 혹시 속은 것은 없는지 확인하게 함으로써 이에 따른 시간과 노력을 고려하면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사회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선진국의 경제가 후진국보다 우월한 것은 단지 가시적인 경제적 현상만은 아니다.

신뢰성을 바탕으로 안정된 분위기에서 사회적 비용을 그만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불량만두 문제로 나라 전체가 들썩였다.

소비자 가치(value)를 무시한 신뢰성의 상실로 매우 후진국적인 현상이다.

가치란 '소비자들이 얻고자 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욕구와 목표의 인지적 표현'을 뜻한다.

즉 가치의 의미는 기능적 혜택이나 사회심리적 혜택보다 추상적인 소비자 자신이 성취하고자 하는 정신적 표현이기 때문에 가치만족은 주관적이며, 무형적·상징적 의미를 내포한다.

따라서 이번 만두파동으로 인한 후유증은 신뢰성이 회복되지 않으면 좀처럼 치유되기 어려울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농산물 개방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수년간 열린 일련의 뉴라운드들은 농산물에도 공산물과 똑같은 수준의 관세(equal-footing)를 요구하는 미국 등 농산물 수출국들과 농업의 비교역적·다기능적 성격을 중시해야 한다는 수입국들의 입장 차를 확인하면서 아무런 합의 없이 결렬되어왔다.

특히 케언즈(Cairns) 그룹은 뉴라운드의 핵심 분야인 농업부문에서 합의하지 못한 유감표명과 함께 WTO협상을 통해 세계농업시장의 근본적인 개혁노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미래의 국내 농산물 시장은 국내산과 수입산의 경쟁으로 치열한 각축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수입산은 우월한 가격경쟁으로 국내시장을 공략할 것이며 국내산의 경우 우수한 품질의 농산물 생산 등으로 생존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농산물은 공산물과 달리 품질에 있어 생산자의 신뢰성에 더욱 의존한다.

얼마전 광우병으로 인한 수입 쇠고기 수요 급감으로 국산 쇠고기 수요가 당연히 증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산 쇠고기 수요도 동시에 감소한 사실에서 우리 농산물의 신뢰성에 대한 소비자의 평가를 잘 알 수 있다.

쌀은 어떤가? 경기미가 좋다하니 많은 양의 가짜 경기미가 유통되고 있다.

어지러운 쌀 브랜드, 확실치 않은 농산물 원산지 표시, 품질 및 친환경농법인증제도 등은 기본적으로 신뢰성이 없으면 실행할 수 없는 제도들이다.

지금은 급격한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국내농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한층 더 필요한 때이며, 우리농업의 성공여부는 상품의 신뢰성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허무열 대구한의대 교수. 유통금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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