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식구 감싸기' 구태 여전

입력 2004-06-30 08:13:14

'박창달 체포동의안' 부결 파장

한나라당 박창달(朴昌達.대구 동을)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국회의원들

의 '동료 의원 감싸기'이라는 두 요인이 함께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박 의원이 한나라당 소속이고, 여대야소 정국이라는 점에서 표결결과는 여당 의

원 가운데 상당수가 '부(否)표'를 던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향후 정국에도 적

지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결과는 검찰 수사에 대한 정치권의 부정적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분

석돼 향후 선거법 위반 등을 비롯해 검찰의 정치권 수사를 둘러싸고 정-검간 대치가

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표분석 = 이날 표결에는 재적 의원 299명 가운데 286명 의원이 참여했고 표결

결과 '가(可)' 121, '부' 156, 기권 5, 무효 4표로 가결정족수 144표보다 23표가 부

족해 부결됐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 중 117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민주노동당의 경우 '찬성 당

론'을 정해 표결에 임했다는 점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 중 30~40명이 부

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비록 당론으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이날 의원총회에서 가결시

키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점에서 상당수 이탈표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16대 국회 이후 16건(대상 의원 14명)의 체포동의안이 모두 국

회 본회의를 통과되지 못했다. 이번 안건을 포함해 8건은 부결되고, 6건은 자동폐기

됐으며, 2건은 철회됐다.

17대 국회는 국민들의 정치개혁, 국회개혁에 대한 여망에 부응해 전체 299명 소

속 의원 가운데 3분의 2가 넘는 187명이 '새인물'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새로운 국회

의 모습을 기대했던 국민들에게 이번 결과는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이 각 당은 의원 면책특권 및 불체포특권 제한 등을 공개적으로 약속했었다.

◇왜 부결됐나 = 이번 결과는 무엇보다도 검찰의 무리한 체포동의안 제출이 주

된 원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동의안이 제출된 후 한나라당은 "박 의원이 그동안 경찰에 자진 출두해 조사를

받는 등 적극 협조해 왔다"면서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체포

동의안을 제출한 것은 검.경의 과잉수사 의욕 탓"이라고 주장했다.

법적용에 있어서도 무리가 뒤따랐다고 한나라당은 강변해왔다.

한선교(韓善敎) 대변인은 이날 부결 직후 논평을 통해 "전국구 의원이 국회의원

사무소를 설치해 합법적인 정치자금 계좌에서 직원들에게 월급을 준 것이 선거법 위

반이라면 지구당이 없어진 지금 모든 국회의원은 박 의원과 같은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 뻔하다"고 부결의 당위성을 지적했다.

한나라당은 또 "박 의원이 6.5 지방 재.보궐 선거를 치른 뒤 8일 자진 출두해

조사를 받았지만 한번 조사도 하지 않은 채 6월2일자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철저하게 기획된 수사였다"고 주장했다.

강금실 법무장관은 이날 본회의에서 의원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박 의원 혐의

의 중대함을 주장하며 사법적 정의의 실현을 위해 체포동의안 처리를 주장했으나 의

원들을 설득하는데는 실패했다.

물론 '동료의원 감싸기 심리'도 상당히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현재 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 기소됐거나 검.경의 수사가 진행중인 의원들이 60

여명에 달하는 데다가 중앙선관위의 선거비용 실사결과가 나올 경우 추가 기소가 잇

따를 전망이다.

검찰은 선거법 수사에 있어서 엄정처리 방침을 밝히고 있어 의원들에겐 박 의

원의 체포동의안 제출이 남의 일이 아닌 것으로 비쳐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나라당 의원들 뿐만아니라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 30~40명이 체포동의안 부결

대열에 가세한 것은 그만큼 '동병상련'의 공감대가 확산되어 있음을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는 "체포동의안 처리는 법과 원칙에 따를 수 밖에

없다"면서도 "선거법 적용이 (한쪽 측면에서) 일변도로 진행된 측면이 없지 않다"라

는 동정론도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향후 파장 = 정치권의 '제식구 감싸기'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17대 국회에서 역대 국회와는 다른 개혁된 모습을 기대했던 일각에서는 벌써부

터 "정치신인들이 제도권에 들어오더니 구세대의 구태정치부터 본받은 게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현 정국이 여대야소 정국이기 때문이 과반 여당인 열린우리당에 비난여론

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열린우리당 내부에서 이탈표가 없었다면 체포동의안 가

결은 무난했기 때문이다.

정치개혁, 국회개혁을 내세워온 열린우리당으로선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인책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전망이다. 신기남(辛基

南) 의장과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 등 현 지도부는 상당수 이탈표로 인해 또다시

당 장악력과 지도력에 상처를 입게 될 공산이 크다.

당정간에도 냉기류가 예상된다. 과반여당임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이 적극적

으로 정부를 뒷받침해 주지 못했다는 비판론이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번 표결결과로 검찰에 대한 정치권의 불신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향

후 정-검간 긴장관계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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