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클릭-中 유네스코 세계유산委 총회

입력 2004-06-28 09:05:34

'고구려 유적, 세계문화유산 될까'.

고구려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여부를 가릴 '제2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orld Heritage Convention)' 총회가 28일 개막돼 다음달 7일까지 중국 쑤저우(蘇州)에서 열린다.

북한과 중국이 별도로 자국 영토안 고구려 문화유산에 대해 세계문화유산 등록 신청을 해놓은 상태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초미의 관심사다.

문화재청은 29일부터 다음달 2일 사이에 고구려 문화유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불거진 양국간 역사논쟁은 이를 계기로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회의 개요, 고구려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추진경과, 향후 전망 등을 살펴본다.

◆총회 개요=이번 회의에는 한국을 비롯해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 협약'에 가입한 178개국과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국제자연보호연맹(IUCN), 국제문화재보존복구연구센터(ICCROM) 등 국제자문기구 관계자 등이 참여한다.

이번에 논의할 잠정 의제는 △고구려 문화유산 등 53개 세계유산에 대한 등재 여부 결정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목록 등재 결정 △균형적인 세계유산목록을 위한 글로벌 전략 논의 △세계유산보존 현황보고서 검토 및 세계유산위원회 활동보고 △세계유산기금 및 예산 검토 △세계유산협약 운영지침 수정안 논의 등이다.

한국은 박흥신 외교통상부 문화외교국장을 수석대표로, 외교통상부 문화재청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관계자 등 12명의 대표단을 파견한다.

◆추진경과=지난 98년 7월 세계유산협약에 가입한 북한은 2000년 '고구려 고분군' 등 7개 유적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으로 제출한 뒤 2001년 1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등록신청 자료를 냈다.

북한은 2002년 1월 고구려고분군 세계유산 신청자료 최종분을 제출했고, 같은해 7월과 8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전문가가 현지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제27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는 북한 고구려고분에 대한 진정성 평가 및 원형훼손, 고분 비공개로 인한 추가조사의 필요성 등을 이유로 세계유산 등재가 보류됐다.

중국도 지난해 1월 '고구려 수도, 귀족과 왕족의 무덤'을 대상으로 세계유산 등록신청을 냈고, 같은해 8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가 현지조사를 벌인 상태다.

◆세계문화유산 신청목록=북한은 '고구려 고분군'이란 이름으로 등재 신청서를 냈으며, 신청 유적은 5개 지역 63기(벽화고분 16기 포함)의 고분으로 구성돼 있다.

신청목록은 △평양 진파리 고분군 15기(벽화고분 3기) △평양 호남리 사신총, 금실총, 토포리대총 및 주변 고분 등 34기(벽화고분 1기) △평안남도 덕화리 1~3호분 3기(벽화고분 1기) △남포 강서삼묘, 덕흥리 고분, 약수리 고분, 수산리 고분, 용강대총, 쌍영총 등 8기(벽화고분 8기) △황해남도 안악군 안악 1~3호분 3기(벽화고분 3기) 등이다.

중국은 '고구려의 수도와 왕릉, 그리고 귀족의 무덤'이란 제목으로 등재 심의를 요청해 놓고 있다.

여기에는 △오녀산성 △국내성 △환도산성 △광개토대왕비 △마선 626호분.2100호분.22378호분, 천추총, 서대총, 칠성대총 211호분.871호분, 태왕릉, 임강고분, 우산 992호분.2100호분, 장군총, 장군총의 부속릉 등 왕릉 13기 △각저총, 무용총, 마조총(통구 12호분), 왕자묘(산성하 332호분), 환문총, 모두루총, 산연화총, 장천 1호분.2호분.4호분, 우산 3319호분, 오회분(1~5호분), 사신총 등 귀족릉 26기 등이다.

◆전망=고구려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가능성은 높다.

이번 등재 심의에 결정적 영향력을 가진 유네스코 산하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올초에 이미 긍정적 판단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문화재청 문화재교류과 김경화 사무관은 "지난 3월 ICOMOS가 평가보고서를 통해 뛰어난 벽화제작 솜씨와 고분건설을 위한 독창적 토목기술, 독특한 매장관습, 일본을 비롯한 타 문화에 준 영향 등을 인정해 북한 고구려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권고했다"고 말했다.

ICOMOS는 중국의 고구려 유산에 대해서도 비슷한 의견을 담아 세계문화유산 목록 등재를 권고한 것으로 미뤄 양국의 유적이 모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것이 유력하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경우 △국제적 인지도 제고 △국제적 지원확대 등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유네스코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 '세계유산(World Heritage)과 세계유산 목록을 담은 책자발간 등을 통해 자국의 문화유산이 세계적으로 알려지는 셈이다.

또 해당 유산의 기술적 보존.관리를 위해 세계유산기금(연간 300만 달러)의 일부를 받을 수 있고, 국제문화재보존복구연구센터(ICCROM)로부터 유산의 보존.관리를 위한 인적, 재정적 지원을 얻을 수 있다.

또 해당 문화유산이 '위험유산'으로 등재될 경우 유네스코의 보존, 복구를 위한 집중적 지원도 가능하다.

그러나 중국이 지난해 세계문화유산 목록 심의를 앞두고 지린성 지안 등의 고구려 유적을 대대적으로 정비한 데다 '동북공정'을 통한 고구려사 재해석을 추진 중이어서 향후 중국과 남북한 사이의 고구려 역사논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또 그 동안 정비한 자국내 고구려 문화유산에 대해 7월부터 완전 개방할 것으로 점쳐진다.

진송허(42) 중국 고구려유적 전문안내원은 "중국 정부는 지안시 등지에 있는 고구려 문화유산을 세계문화유산 지정여부가 결정되는 7월부터 완전 개방키로 했다"며 "이에 앞서 지난 2월 광개토왕비, 태왕릉, 국내성, 환도산성 등 관람료를 50~100%씩 인상해 놓았다"고 말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계기로 중국은 고구려사를 자국사로 만들려는 시도에 더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김병구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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