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의 피랍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AP통신 기자가 외교부에 전화를 한 이후의 외교부의 처신을 보면 이게 일국의 외교를 책임진 부서가 맞는지 참으로 실망스럽다.
AP통신 기자가 처음엔 외교부 공보관실로 전화를 걸었으나 "그런 사실이 없다"면서 "아중동국(亞中東國)이나 영사국으로 알아보라"고 했다고 한다. 아중동국에선 역시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는게 지금까지 알려진 전말이다. 이게 김선일씨가 참수되기 19일전의 일이다.
국가의 외교안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됐다면 그 19일동안 우리의 외교.정보 시스템을 총동원해서라도 김씨를 충분히 구출해 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외교부의 처신은 무사안일 차원을 넘어 직무유기를 한것이나 다름없다.
우리 교민이 처절한 전쟁터인 이라크에서 피랍됐다는 정보는 당연히 외교부로선 초1급에 속한 것이고 차상급자를 통한 보고를 한후 이라크 주재 대사관에 알아봤다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AP통신의 테이프 내용을 봤을때 그땐 김씨가 살기 위해 비교적 자유롭게 한국군 파병의 부당성과 부시까지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하면서 열심히 설명하는 것으로 미뤄 봐 우리의 외교 정보라인의 손만 닿았더라면 충분히 구출될 수 있는 상황으로 보였다.
이런 의미에서 외교부는 무능에다 부도덕하기 짝이 없는 부처로 전락하면서 결국 교민을 사지(死地)에 방치한 것이나 다름없다.
더욱 가관은 외교부 대변인이 AP통신에 대고 외교부의 누구와 통화한건지 밝히지 않으면 어떤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는 점이다.
우선 자체조사를 하는게 순서이거늘 통신사 보고 소스원을 밝히라는 무식한 소치를 드러낸 것은 국제 외교가의 조롱거리가 되고 남을 코미디가 아닌가. 이 과정은 감사원이 특감에서 밝혀내겠지만 결국 외교부는 분노에 찬 국민들에게 두번씩이나 거짓말을 한 셈이다.
문제는 이런 중대사안을 외교부의 두 사무관이 묵살했겠느냐 하는 점이다. 공무원의 생리상 상부보고는 '뒤탈'에 대한 우려때문에도 상식에 속한다. 이에 대한 외교부의 설명은 아직 없다.
만약 이게 어느선까지 보고됐느냐에 따라 그 후폭풍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공산이 짙다. 만약 장관이 사전보고를 받고도 묵살했다면 이건 외교부를 떠나 정권차원의 문제로 그 파문은 일파만파로 번져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
그런 정보를 묵살하고도 알자지라 방송 이후 외교부 대책반이 이라크에서 허둥지둥한게 결국 '쇼'였다는 얘기가 아닌가. 그때까지도 '희망적'이라는 보고에 대통령이 외교부에 나오도록 하면서 국민들에게 잠시나마 '희망 메시지'가 된 건 대통령과 국민들을 함께 속인 결과가 된다.
따라서 감사원은 국민을 보고, 대한민국의 외교 안보시스템을 복원한다는 차원에서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감사원 뒤엔 국정조사가 버티고 있고 때에 따라선 특검까지도 거론될 상황임을 직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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