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음식 시식회

입력 2004-06-26 10:45:29

"그 시절엔 눈물 젖은 주먹 밥 정도면 감지덕지(感之德之)였죠". 25일 오전 중구 대구백화점 앞. 수십여명의 인파들이 주먹 밥을 받기 위해 모여 있었다.

이날 행사는 6.25전쟁의 아픔을 느끼고 과거를 되돌아보기 위해 자유총연맹 대구시지회 회원들이 마련한 '6.25전쟁 음식재현 시식회'. 까끌까끌한 보리를 쪄 소금간만 한 주먹밥을 건네받은 시민들은 신기한 듯 이리저리 만져보며 맛을 보았다.

세살배기 딸을 데리고 나온 임지연(31.여.수성구 만촌2동)씨는 "보리밥이 까끌해 아이들이 먹기에 힘들었겠지만 딸에게는 좋은 경험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모(38.여.서구 내당2동)씨는 "생각보다 먹을 만하지만 매일 먹을 순 없을 것 같다"며 "지금도 전쟁으로 힘들어하는 이라크인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전쟁을 경험한 노인들은 옛날로 돌아가 당시 힘겨웠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6.25 당시 18세였다는 김구심(72.수성구 범물동) 할머니는 "피난길에 쌀구경은 꿈에도 못 꿔 풀뿌리도 삶아먹고 나무껍질을 뜯어먹었는데 이정도 주먹밥 한 덩이면 마음이 든든했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또 김대환(65.달서구 송현1동)씨는 "당시에는 쌀 한 톨도 아까웠는데 요즘엔 남아돌아서 문제가 되니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며 웃었다. 자유총연맹 대구시지회 김갑수 사무처장은 "전쟁세대는 과거를 돌아보고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는 전쟁의 참상을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이번 행사를 준비했는데 주먹밥 7천개가 3시간만에 다 나갔다"며 만족해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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