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 지산동 지산새마을금고 앞쪽으로 펼쳐진 발검(拔劍)들. 25일 '발갱이들'이라고 불려지는 이 곳에는 흰 모시 적삼을 입은 건장한 40여명의 일꾼들이 모내기.모심기.논매기.가래질소리 등 옛 농요(農謠)인 '발갱이들소리'(경북도 무형문화재 27호)를 시연했다.
기능보유자인 백남진(82)옹의 선창으로 '가래질소리'로 홍수 때문에 터진 둑을 쌓고 '망깨소리'로 둑을 다지면서 농사일을 준비한다. 이들은 모판에서 다 자란 모를 찌면서 '모찌기소리'에 신명을 실었으며 흥을 돋우는 풍물장단에 어깨춤을 들썩이며 모판에서 쩌낸 모를 논으로 옮긴다.
"서마지기 이논빼미/모를 심세 모를 심세". 어서어서 모를 심어내고 부모공양과 솔씨 심어 자란 나무로 정자를 지어 희희낙락 생을 살아보자는 염원을 담은 '모내기소리'에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이내 맺힌다.
이날 시연에서는 논매기소리와 타작소리, 치나칭칭나네 등 모두 13마당을 발갱이 들판을 배경으로 선보였다. 특히 시연에는 구미지역 도시민을 비롯해 지산초등교 학생 등이 함께해 이들에게 모찌고, 모심고, 논매는 농사일을 하면서 서로 메기고 받으면서 흥을 돋워 고된 노동을 잊으려 했던 선조들의 지혜와 건강함을 고스란히 전달했다.
또 논매기가 끝나고 상머슴을 깽이말(걸채.동채)에 태우고 흥겨운 소리로 동네 어귀로 들어와 한 해 풍년을 기원하면서 베풀어졌던 '풋굿'은 농촌 인심의 풍성함과 어려운 살림살이에서도 넉넉함을 잃지 않으려 했음을 담아냈다.
발갱이들소리는 지난 1991년 구미시와 문화원에 의해 10마당이 발굴되고 제32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출전, 문화부장관상을 받았다. 1999년4월 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됐으며 현재 100여명의 회원들이 전승활동을 벌이고 있다.
발갱이들소리 보존회 이승원 회장은 "발갱이들소리는 두레.품앗이 등 공동 농경문화에서 오는 피로함을 덜고 풍년을 기원했던 농민의 마음과 신명으로 불렀던 들소리"라고 했다.
구미.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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