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김씨의 죽음에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장마비가 내리기 시작한 24일 오후 7시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 궂은 날씨지만 우산도 쓰지않은 2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고 김선일씨를 추모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었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는 김씨가 사망 직전 '노무현 대통령'에게 절규에 가까운 파병반대 호소를 한 사실이 알려지고 외교부의 피랍보고 은폐 의혹이 제기된 탓에 정부에 대한 비난 목소리가 어느때보다 높았다.
또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파병 반대'의 목소리도 높아져 갔다.
집회에 참가한 오영난(55.여.대구 수성구 만촌동)씨는 "같은 부모의 입장에서 너무 슬프다"며 "저렇게 긴 시간동안 사람 살릴 생각도 않은 정부가 원망스럽다"고 말했고, 이모(72.서구 평리동)할머니는 "저렇게 무심히 지나가는 시민들이 함께 동참할 때 국민의 힘은 솟아나는 것"이라며 시민동참을 호소하기도 했다.
또 지난 3일 AP통신에서 김씨의 피랍 여부를 외교부에 전화로 확인하려 했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분노를 쏟아냈다.
8살된 딸과 함께 나온 김정숙(36. 달서구 상인동)씨는 "노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탈북자 구출과 고 김선일씨 피살 사건 해결 등 일련의 외교정책을 지켜보며 실망이 커졌다"며 "대통령이 자기 나라 국민 한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 어이없이 죽게 만든 것은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김동현(23. 동구 신암동)씨도 "고 김선일씨의 죽음에 대해 의혹이 많은만큼 정부는 지금이라도 진실을 공개해야하며 제 2의 김씨가 나타나지 않도록 거짓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분개했다
이날 행사에서 마련된 자유발언대에는 8명의 시민들이 올라가 정부를 규탄하고 파병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촛불행사의 사회를 맡은 대구경북민중연대 김효장 사무총장은 "외교부가 고의적으로 은폐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진상규명이 조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만약 미국이 은폐한 것이라면 한미동맹은 허울좋은 거짓"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비가 내림에 따라 1시간 정도로 예정됐는데 시민들의 분노가 쏟아지면서 9시가 가까워지면서 끝이 났다. 권성훈.한윤조 기자
사진:고 김선일씨를 추모하는 행사가 열린 24일 대구백화점앞에서 대구,경북지역 시민단체 회원들은 김씨를 애도하며 이라크 파병 철회 피켓을 들고 집회를 갖고 있다.이채근기자minch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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