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4일 이라크 무장단체
에 의한 김선일씨 피살사건에 대해 감사원에 조사를 정식 요청했다.
대통령의 직접적인 조사 요청은 매우 이례적이어서 이번 사건조사에 대한 정부
의 시각을 반영한다.
한마디로 국민에게 진실을 규명,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만이 난국을 돌파할 수
있다는 이른바 '정면 돌파론'이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이르면 25일부터 사전 자료조사를 시작으로 곧바로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조사 대상= 청와대 윤태영(尹太瀛) 대변인이 감사원에 조사를 요청한 사안은
크게 두가지다.
먼저 AP통신이 김씨의 피랍 직후 녹화된 '심문 비디오테이프'를 입수한 뒤 외무
부에 확인취재하는 과정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양측간의 진위 공방이다.
우선 외교부 내에서 누가 AP통신의 문의전화를 받았으며, 이때 어떤 내용의 대
화가 오갔고, AP통신의 주장대로 "어떤 한국인도 실종되거나 체포됐다는 것에 대해
아는바 없다"는 답변을 했는지 등 먼저 사실 관계 확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가 김씨의 피랍을 짐작할만한 정보나 단서가 제공됐는데도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사실상 교민 보호에서 '직무유기'를 한 것으로 엄청난 파문을 불러
올수 있기 때문에 이같은 가능성에 대해서도 면밀한 조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또다른 조사요청 대상은 김씨의 피랍에서 피살까지의 외교부 대응이다.
현지 대사관이 김씨가 피랍된 지 20일이상 이 사실을 파악조차 하지 못한 '정보
부재'를 포함해 미흡했던 초기 대응이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이 피랍사실을 즉각 대사관에 신고하지 않고 독자적인 협
상을 시도한 까닭, 김씨가 피랍된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0일까지 대사관을 4차례나
방문했는데도 김씨의 피랍이 일절 언급되지 않은 이유 등도 추궁될 전망이다.
감사원의 조사는 한마디로 김씨의 피랍부터 피살에 이르기까지 외교부가 과연
적절한 대처를 했는지를 조사함으로써 이번 사건을 둘러싼 국민들의 의혹을 해소하
고 관련자를 문책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감사원 고위관계자는 "가나무역이나 AP통신에 대해서는 현행법상 감사원이 조사
할 권한이 없지만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감사원에 대한 조사요청 의미 = 청와대가 감사원에 조사를 요청한 사실이 공
식 발표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윤태영 대변인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국내외 어떤 기관보다 중립적으로 판단할
제3의 기관이 밝혀냄으로써 사건의 실체를 국민에게 알리고 국가신뢰도를 높이는 계
기로 삼으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대통령 직속기관인 감사원은 과거에도 국민적 관심이 쏠린 사안에 대해서는 사
실상 청와대의 요청에 따라 감사에 들어갔으나, 감사원의 '독립성'을 표방하기 위해
이를 공표하지는 않았다.
이번 조사는 정부 내부의 대응체제상의 문제점을 점검한다는 점에서 과거 김영
삼(金泳三) 정부때 실시된 '남북회담 훈령조작사건 특별감사', 최근 실시된 '폭설대
란 특별감사'와 유사한 면이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있어 24일 아침부터 감사요원들에게
김씨 피랍사건을 잘 파악해두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향후 감사 진행 방식 = 25일부터 본격적인 조사에 앞선 서류검토 중심의 예비
조사가 실시될 예정이나, 이날부터 감사인력이 외교부로 즉각 투입될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다.
감사원 관계자는 "주요 감사사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외교부 본부도
문제이지만, 바드다드 공관의 초기대응도 문제이기 때문에 현지에 가봐야할 필요성
을 느낀다"며 감사단의 파견을 시사했다.
일반적으로 단일 사안에 대한 감사팀은 10-20여명으로 꾸려지며 감사기간은 보
름 정도이고, 감사결과가 발표되기까지 3개월 정도가 걸린다.
그러나 이번 조사는 대통령이 직접 요청했다는 사안의 중대성과 시급성 때문에
조사기간이 단축되고 조기에 감사결과가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중론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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