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최국 포르투갈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잉글랜드를 꺾고 4강에 진출했다.
포르투갈은 25일 새벽(한국시간) 포르투갈 리스본 루즈스타디움에서 열린 2004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4) 8강전에서 전.후반과 연장전에서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승부차기에서 6-5로 이겨 준결승에 올랐다.
120분의 접전이 끝나고 '신의 실험'이라는 승부차기를 숨죽이며 지켜보던 포르투갈 홈 팬들은 골키퍼 히카르두의 끝내기 킥이 네트를 가르는 순간 두 손을 치켜들어 환호했고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친 잉글랜드 팬들은 쓸쓸히 발길을 돌렸다.
포르투갈은 지난 대회(유로200)에서 잉글랜드에 3-2 역전승을 거둔 데 이어 두번 연속 '종가의 자존심'을 짓밟았다.
2002한일월드컵에서 브라질을 맡았던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포르투갈 감독을 상대로 2년 만의 설욕을 꿈꿨던 스벤 고란 에릭손 잉글랜드 감독은 머리를 감싸쥐며 고개를 떨궜다.
웨인 루니(잉글랜드)와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포르투갈)의 '18세 신성 대결'로 관심을 모은 이날 경기에서 포문은 잉글랜드가 먼저 열었고 선제골의 주인공은 루니보다 여섯살 많은 '원더보이' 마이클 오언이었다.
오언은 전반 3분 문전으로 날아온 골킥이 포르투갈의 수비형 미드필더 코스티냐의 백헤딩 실수로 골지역에 떨어지자 몸을 오른쪽으로 180도 회전하며 오른발 아웃프런트를 갖다대는 '애크로바틱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호나우두의 빠른 돌파로 반격에 나선 포르투갈은 잉글랜드를 거세게 몰아붙이며 파상 공세를 폈으나 문전에서 세밀한 패스가 연결되지 않고 지나치게 슈팅을 난사해 헛심만 썼다.
발목을 접지른 루니가 다리우스 바셀과 교체돼 나간 잉글랜드는 전반 오언이 2차례 더 위협적인 슛을 날렸으나 수비 위주의 플레이로 선제골을 지켜 나갔다.
스콜라리 감독은 포르투갈이 후반 중반까지 좀체 공격의 활로를 뚫지 못하자 팀의 기둥 루이스 피구를 과감히 빼고 에우데르 포스티가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스콜라리 감독의 용병술은 기막히게 적중해 패색이 짙어가던 후반 막판 포스티가가 팀을 패배의 수렁에 구해냈다.
포스티가는 후반 38분 왼쪽에서 올라온 시망 사브로사의 크로스를 깨끗한 헤딩슛으로 꽂아넣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연장에 돌입한 양팀은 양팀은 공방을 계속하다 포르투갈이 먼저 승리의 기회를 잡았으나 이번에는 잉글랜드가 흐름을 반전시켰다.
포르투갈의 교체 멤버 후이코스타는 연장 후반 5분 아크 왼쪽에서 통렬한 오른발 슛을 날렸고 볼은 크로스바 밑둥을 맞고 네트에 빨려들어갔다.
월드컵이라면 골든골이었지만 유로2004에서는 '실버골' 제도가 채택돼 경기는 계속 진행됐고 연장 후반 10분 잉글랜드의 프랭크 램파드가 골지역에서 전광석화같은 오른발 터닝슛을 골문에 꽂아넣어 2-2 동점을 만들었다.
결국 승부차기로 넘어간 승부는 잉글랜드가 자랑하는 '킥의 달인' 데이비드 베컴의 어이없는 실축과 '흑표범' 에우제비우가 직접 '기'를 불어넣은 포르투갈 골키퍼 히카르두의 선방으로 갈렸다.
잉글랜드 1번 키커로 나선 베컴은 크로스바를 어이없이 넘어가는 실축을 범했으나 포르투갈 역시 3번 키커 후이코스타가 크로스바를 넘겨 승부차기는 팽팽하게 이어졌다.
6번 키커까지 양팀이 5개씩 승부차기를 성공시켜 5-5로 맞선 순간 잉글랜드 7번 키커 다리우스 바셀의 낮게 깔리는 킥을 히카르두가 동물적인 감각으로 막아냈고 이어 직접 키커로 나선 히카르두는 마지막 킥을 세차게 꽂아넣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연합뉴스)
◆25일 전적
△유로2004 준준결승
포르투갈 2-2 잉글랜드
▲득점= 에우데르 포스티가(후38분) 후이 코스타(연장후5분.이상 포르투갈) 마이클 오언(전3분) 프랭크 램파드(연장후10분.이상 잉글랜드)
사진 : 24일 포르투갈 리스본의 루즈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 2004 8강전 잉글랜드-포르투갈 경기 승부차기에서 포르투갈의 골키퍼 히카르도가 잉글랜드 바셀의 슛을 맨손으로 막아내고 있다.(리스본=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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