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서 6.25 맞는 전용일씨

입력 2004-06-24 14:03:32

"내 삶을 파탄으로 몰고 간 전쟁이지만 이제 회한도 원망도 없습니다.

소원이 있다면 북녘의 주민들도 남쪽처럼 먹고 입는 걱정없이 잘 살기를 바랄 뿐입니다".

국군포로 전용일(73)씨가 고국의 품으로 돌아와 처음으로 6.25를 맞는다.

전씨는 6.25전쟁 발발 1년 뒤인 지난 1951년 12월 만 18세로 입대해 한국군 6사단 소속으로 전투를 치르던 중 1953년 7월 강원도 금성지구 교암산에서 중공군에게 포로로 붙잡혔다.

반세기 만에 고국에서 6.25를 맞는 전씨는 그동안 포로시절 고문당한 후유증으로 2차례 뇌 수술을 받았다.

올해 초 참전용사 신분을 회복한 그는 23일 영천시 재향군인회관을 찾아 동료 회원들과 전쟁의 참상과 무용담을 주고 받았다.

더운 날씨에도 중절모에 정장차림으로 멋을 낸 전씨는 그동안 낯설었던 환경에 적응하느라 긴장의 나날을 보냈지만 생환 7개월째를 맞아 한층 여유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전씨는 "남한에서는 전쟁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6.25 기념식을 열지만 북한에서는 전쟁이란 말을 꺼내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입대 당시를 회고하며, "전쟁이 한창인 때라 부모님 걱정이 대단했지만 전쟁을 피하거나 달아난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50여년을 북한에서 전쟁포로 신분으로 살다가 엄청난 발전을 이룬 고국에 돌아와 보니 당시 조국을 위해 싸웠던 일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알게 됐다"고 했다.

전씨는 정착금과 각계의 성금 등을 모아 대구 달서구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그러나 무용담을 들려주던 그는 "많은 동포와 친지들의 도움으로 어려움 없이 살게 되었지만 북한에 남겨둔 두 아들과 딸이 걱정"이라며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25일 영천시민회관에서 열리는 6.25전쟁 54주년 기념식에 초청됐다.

많은 사람과 단체들의 초청이 잇따랐지만 그는 고향 영천에서 생환 첫 6.25를 맞기로 했다.

영천.이채수기자 cslee@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