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군, 원전지원금 용도 논란

입력 2004-06-23 09:38:41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 했던가'. 울진군이 원전특별지원금 647억원의 사용처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이 정도의 거액은 규모가 작은 지방자치단체의 1년 예산(일반회계)과 맞먹는 액수. 집행부와 의회는 물론 각종 사회단체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이런저런 사업에 사용해야 한다며 군침을 흘리고 있다.

사용처를 정하지 못해 수년째 금고에서 잠자고 있는 원전특별지원금의 활용 방안에 대해 짚어본다.

▨ 수년 째 금고속 방치-특별지원금

원전지원금은 일반지원금과 특별지원금 등 두 종류. 일반지원금은 국민들이 내는 전기요금의 4.591%를 산업자원부가 전력산업 기반기금으로 조성, 매년 발전소 주변지역 기초지자체에 지원하는 돈이다.

특별지원금은 발전소 시설을 수용한 지자체에 위로금(?)조로 단 한번 지급하는 것. 문제의 돈은 바로 이 특별지원금으로 울진군에 배정된 몫은 647억6천200만원이다.

울진에는 모두 6기(가동 4기, 시험운전 1기, 건설중 1기)의 원전이 있으나 정부의 관련법 제정이 늦어 지원금 적용 원전은 3~6호기까지 4기이다.

99년 50억원, 2001년 580억원, 2002년 17억원 등 모두 647억원을 교부받았지만 집행부와 의회 사이에 의견 조율이 안돼 지금까지 단 한푼도 사용하지 못했다.

지자체가 지원금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이자는 정부 몫이라는 관련법에 따라 지금껏 발생한 엄청난 이자도 고스란히 정부가 가져가고 있다.

▨ 군, 읍.면 배분 - 제 몫 챙기기에 급급

원전지원금 사용처에 관한 논의가 처음 제기된 것은 지난 99년. 집행부가 당시 주민숙원사업 14건에 사용하겠다고 군의회에 승인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했었다.

그 후 사업 내용을 바꿔 몇차례 더 승인 요청을 했으나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그러다 민선 3기 김용수 군수체제가 출범하면서 금고 속에 잠자고 있는 이 돈을 마냥 그대로 두어서는 안된다는 여론에 따라 주인(?)찾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군은 읍.면 민원실에 의견제출서 비치는 물론 팩스나 인터넷 군청 홈페이지, 군민 설명회 등을 통해 군민들의 의견 수렴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집행부와 의회, 각종 사회단체들의 '제 몫 챙기기'가 뒤엉켜 이렇다할 묘안이 나오지 않았던게 지금까지의 상황이다.

그러던 중 최근 들어 그 동안 의견차를 보여왔던 집행부와 의회가 예상밖으로 의기투합, 기습적(?)으로 심의위원회를 열고 몇가지 사업안을 통과시켰다.

군과 의회가 제시한 용도는 군 주도 11개 사업과 읍.면사업 11개 등 모두 22개 사업. 군 사업은 △지방상수도 확장(132억원) △인재육성(장학재단설립 30억원) △종합운동장 조성(100억원) △종합복지회관건립(50억원) △미래관광 자원조성(50억원) △경북해양과학연구단지 조성(20억원) △구수곡 자연 휴양림 종합 휴양관 건립(20억원) △관광객 유치 체육시설(전지훈련) 조성(25억원) △벼 건조저장시설(DSC)설치(40억원) △어민 소득증대(20억원) 등이다.

읍.면 사업은 △해안도로 읍남3리-연지리 구간 개설(울진읍-13억원) △복합청사신축 및 공용주차장 설치(평해읍-13억원) △해안도로 부구-나곡 구간 개설(북면-13억원) △친환경농업 기반조성(서면-13억원) △종합복지관 건립(근남면-13억원) △대학유치 관련시설 신축(원남면-13억원) △종합복지관 건립(기성면-13억원) △성문화 전시관 건립 및 공용 주차장 설치(온정면-13억원) △도시계획도로 개설(죽변면-13억원) △도시계획도로 개설(후포면-10억원) △울진대게 유통센터 건립(후포면-13억원) 등이다.

군 사업도 그렇지만 특히 읍면 사업은 지역마다 13억원씩 안배한 듯한 인상을 줘 주민들로부터 '나눠먹기식 배분'이라며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또 일부 사업은 그동안 전혀 논의가 없다가 주민 대표들로 구성된 사업 선정 설명회와 심의위원회 때 '끼워넣기식'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 선별 추진이나 대형 경영수익 사업이 바람직하다

지원금 사용여부는 지역심의위원회를 통과한 만큼 이제 의회승인만 남겨놓은 상태다.

때문에 지역주민들은 집행부와 의회 간의 '밀약설'을 제기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주민 이모(38.울진읍)씨는 "집행부와 의회가 '짜고 치는 고스톱 판'도 유만부득이지 의회 상정을 앞두고 의원들 몫으로 130억원이나 배정을 해놨는데 집행부 안을 반대할 의원이 누가 있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박모(46)씨도 "원전지원금은 주민들의 희생이 담보가 된 만큼 의미있는 사업에 사용돼야 한다"면서 "읍면별 나눠먹기식 배분보다는 또 다른 수익 발생으로 연결될 수 있는 대형 경영수익 사업에 투자해야 한다"며 전문기관 용역의뢰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일부 주민들은 '선별 추진론'을 제기하고 있다.

즉 집행부가 제시한 사업에 대해 우선 순위를 정하는 등 의회와 집행부, 주민들간에 공감대가 형성되는 대형 사업만을 선별해 먼저 추진하고 나머지 사업은 추후 군민 동의나 전문기관 용역을 통해 결정, 시행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어쨌거나 눈앞의 이익보다는 멀리 내다 볼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는 게 군민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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