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상의 초청 이명박 서울시장 인터뷰

입력 2004-06-22 14:08:55

"진취적 시민의식 대구경제 도약 이끌것"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이 22일 대구상공회의소 초청 강연을 위해 대구를 방문했다.

행정수도 이전문제로 노무현(盧武鉉) 정부와 한판 접전을 벌이고 있는 이 시장이지만 자신의 정치적 근거지나 마찬가지인 대구를 방문해서인지 이른 아침인데도 표정은 매우 밝았다.

예상대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서는 강한 톤으로 반대입장을 밝혔지만 대구 경제문제로 옮겨가면서 차츰 분위기가 차분해졌다.

해가 갈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경제에 대한 우려와 함께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포항 동지상고 출신인 이 시장은 상고출신인 DJ(김대중 전 대통령)와 노 대통령의 등장 후 대권후보로 줄곧 거론돼온 인물이다.

지난 2002년 서울시장으로 당선된 후 청계천 복원사업을 추진하면서 "청계천의 성공적 복원이 이 시장의 대권 발판이 될 것"이라는 말도 많았다.

현대신화의 주역, CEO시장으로 서울개조에 나서고 있는 이 시장의 성공신화가 재연될 수 있을지 인터뷰 내내 궁금증을 낳았다.

-2002년 7월 시장 취임 이후 청계천 복원사업, 뉴타운 등 서울개조 작업에 나서고 있는데 그 구상의 배경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빈손으로 서울에 올라와 청계천 주변이나 달동네를 돌아다니며 노동자에서 환경미화원까지 그야말로 밑바닥 삶을 체험했다.

그동안 기업인으로 가난의 사슬을 푸는데 일조했다면 이제는 성장의 과실을 나눌 수 있도록 하고싶다.

건국 이후 청계천 복원만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프로젝트는 없었다.

22만명의 시민들이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얽혀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으로 봤다.

그런데 불가능하다고 본 사업이 가능해지면서 시민들이 신뢰를 보내는 것 같다.

청계천 복원과 관련해서는 외국사람들도 사회갈등을 모범적으로 해소한 모델로 벤치마킹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청계천을 복원했다느니, 뉴타운을 만들었다느니 하는 일에 대한 업적보다 시정에 경영마인드가 도입돼 제가 떠난 뒤에도 효율적인 시정을 꾸려갈 수 있는 그런 변화가 일어나길 바란다.

-취임 이후 내내 서울을 대중교통의 천국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데 서울의 대중교통은 어떻게 변화하나.

▲현 서울의 교통체계는 인구 500만 승용차 약 20만대에 적당한 체제다.

승용차가 200만대를 넘어선 지금의 현실에는 한계가 있다.

생태도시인 브라질의 꾸리찌바시나 승용차 중심의 도시였던 LA 등 선진도시들이 버스에서 도시교통의 대안을 찾고 있다.

지하철은 건설과 운영에 막대한 돈이 들지만 버스는 이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런 대중 교통의 재편은 승용차 이용을 무조건 제한하려는 것이 아니라 저렴한 대중교통체계를 통해 승용차 이용자가 대중교통으로 자연스럽게 전환하도록 유도하고자 하는 것이다.

-대구 버스파업 때 해결책으로 제시된 버스운영시스템으로서 준공영제를 도입키로 했는데 바람직한 제도로 보는지.

▲장기적으로 일반 시민은 물론 버스산업에 종사하는 사업자와 근로자 모두에게 큰 혜택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지방도시의 경우 재정사정이나 투명성 등 여건이 다르다.

지역별로 수익성이 다른 시내버스 업계의 현실을 감안해 충분한 준비를 거쳐 진행돼야 한다.

-행정수도 이전 반대 때문에 뉴스메이커로 떠오르고 있다.

행정 수도이전에 대한 이 시장의 입장은.

▲행정수도이전은 국익차원에서 검토돼야 한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하는데도 몇년이 걸리는데 1백 수십조가 들어가는 사업을 단기간에 처리하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 또 향후 행정수도가 완성되려면 20, 30년은 걸리는데 그때는 이미 지방분권이 완전하게 된다.

웬만한 것은 지방자치단체가 다 결정한다.

수도이전보다 행정수도 이전 비용으로 지방균형 발전을 위해 지원하는 것이 낫다.

정부도 수도이전을 하겠다면서 신도시를 계속 만들고 있다.

수도권 집중 해소와 지방균형 발전이라는 정책과 맞지 않다.

또 2007년에 기공식을 갖겠다는 것도 정치적으로 속보이는 것 아니냐.

-그러나 갈수록 서울 수도권과 나머지 지역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서울 비대화를 막고 다른 지역과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은.

▲국가간 경쟁도 중요하지만 도시간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려면 지방이 자립과 자활의 체질을 길러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순한 지방권한의 강화에 그쳐서는 안되고 중앙과 지방간 업무시스템의 효율적 역할 분담을 통해 국가발전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격차를 줄이려고 하다가 수도권 발전을 정체시키거나 하향평준화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현재 행정수도는 50만 정도 도시로 논의되는데 2천만에 이르는 수도권 인구 가운데 50만 정도 옮기는데 100조 이상 예산이 들고 10여년의 시간이 걸린다면 원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수도이전에 쓸 재원이 있다면 각지역이 골고루 특색있게 발전하도록 하는데 투입하는 것이 지역균형발전을 이루고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용산미군기지 용도와 관련해 국방부와 서울시의 의견이 갈린다.

서울시의 대응책은.

▲용산미군기지 터를 녹지로 조성해 시민에게 돌려드리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10년 뒤, 100년 뒤 서울의 미래와 후손들에게 줄 효용을 생각한다면 녹지로 보존하는 것이 그 어떤 개발이익보다도 효용이 크다고 생각한다.

-대구시의 위상이나 경제사정이 갈수록 나빠지고 기업체 유치도 쉽지 않다.

CEO시장으로서 대구를 어떻게 보는지, 대구경제를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규제가 많으면 기업이 들어올 수 없다.

지방이든 정부든 규제를 풀고 지역특성에 맞는 기업이 들어올 수 있도록 발벗고 나서야 한다.

그러나 기업유치를 위해서는 대접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오겠다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줘야 한다.

서울시가 외국기업을 유치해보면 주거, 교육, 교통, 의료문제 등 걸림돌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들어오겠다는 기업을 위해 모든 문화, 생활의 인프라를 제공할 태세가 돼 있어야 한다.

또 대구경제 회생에는 대구~포항간 고속도로가 밑거름이 될 것이다.

나 같으면 내륙도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구와 포항에 직통도로를 놓았을 것이다.

강건하고 진취적인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회복했으면 좋겠다.

-노무현 대통령은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경제시장인 이 시장의 시국관은.

▲우리는 그간 정치와 사회문제가 너무 시끄러워 경제쪽으로 시선을 줄 겨를이 없었다.

경제발전에 모든 나라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때에 보수냐 진보냐 하는 낡은 사고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 시대에 진보와 보수가 무슨 의미가 있나.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부터 세일즈 맨이 돼야 한다.

-기업인에서 정치인으로, 또 행정가로 다양한 행보를 보이면서 차기대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대권도전 의사는 언제 밝히고 당내외 경쟁자는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참여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1년여밖에 안된 시점에 벌써 차기 대권주자를 논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이르다고 생각한다.

또 현재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점이기 때문에 이런 때일수록 각자의 위치에서 직분에 충실하는 것이 나라를 위하는 길이라고 본다.

정인열 부장대우 oxen@imaeil.com

이상곤 차장대우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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