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신병비관 오물 투척하다 입건

입력 2004-06-19 10:49:42

"쓰레기를 내던지면서 마치 쓰레기 같은 내 인생을 던져버리는 것 같았어요".

18일 오후 6시쯤 수성경찰서에 재물 손괴혐의로 조사받던 이모(29.여)씨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때늦은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이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수성구 범물동 ㅇ 아파트 이웃들에게 한달여 동안 몰래 '오물'을 투척한 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받던 중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달 25일 오전 10시쯤 아파트 옥상에서 오물을 던져 이웃 곽모(49)씨의 차에 손상을 입히는 등 20여 차례에 걸쳐 입주민들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것.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이 던진 물건들에 의해 차량 등이 잇따라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민들 제보로 잠복중이던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조사 결과 이씨는 화분이나 빨래 건조대, 광주리, 플라스틱 의자, 장난감, 쓰레기통 등 손에 잡히는 물건이면 닥치는 대로 던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러한 무차별 투기를 했던 것은 '희망의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소외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웃들은 그녀는 평소 이웃과의 왕래 없이 조용하게 생활을 했을 뿐 특이한 반사회성은 보이지 않았다면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도 "특별한 직업이 없었다 뿐이지 장애인 관련단체서 하는 봉사활동에도 참가했고, 늘 조용하고 다소곳했다"며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가족들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년 동안 우울증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으며 골다공증과 천식, 심장병 등 원인을 알 수 없는 합병증으로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받아왔다는 것. 아버지는 10여년 전 병으로 작고한 뒤 사실상 어머니와 생활해 왔다.

어머니(58)는 "(딸이) 1992년 처음 이곳에 왔을 때부터 화병과 불면증에 시달려왔는데 지나친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해 벌인 일 같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쓰레기를 던지면 내 자신을 던지는 것과 같았다'고 말한 점에 미뤄 몰래 물건을 내던지면서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낀 것이 아니겠느냐"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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