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 미국인 또 참수당해

입력 2004-06-19 09:05:24

알-카에다 조직원들에게 지난 12일 사우디

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납치된 미국인 폴 마셜 존슨(49)의 참수당한 시신이 발견

됐다고 사우디 당국이 18일 발표했다.

존슨을 납치했던 '아라비아 반도 알-카에다' 조직은 이에 앞서 자신들의 웹사이

트에 참수당한 존슨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 단체의 사이트인 '사우트 알-지하드'에

는 존슨의 것으로 추정되는 잘려진 머리 등 3장의 사진과 함께 존슨의 처형을 알리

는 성명도 실렸다.

미국 정부도 존슨의 사망 사실을 사우디 대사관 관계자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

혔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야만적 행위를 규탄하고 미국은 이들의 공격에도 불구

하고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 알-카에다 웹사이트 = '아라비아 반도 알-카에다' 산하 '팔루자 여단' 명의

의 성명과 사진이 웹사이트 사우트 알-지하드에 처음 공개됐다.

성명은 "통고시한이 만료되면 (존슨을) 죽이겠다는 우리의 약속대로 미국인 인

질 폴 마셜 존슨의 목을 베었다"고 밝혔다. 성명은 "그 이교도는 마땅한 대접을 받

았다"며 "아파치 헬기와 미사일 공격을 받아온 무슬림들의 고통을 (존슨에게) 똑같

이 맛보게 했다"고 말했다.

성명은 또 "우리는 , 신의 의지대로, 신의 적들과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며 "이

번 참수는 미국인과 그 동맹에게 누구든지 우리 땅에 발을 들여 놓으면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교훈"이라고 덧붙였다.

성명과 함께 3장의 사진도 공개됐다. 피가 고인 바닥을 배경으로 머리가 잘려나

간 몸통 사진과 머리를 손에 들고 있는 사진 그리고 다른 각도에서 찍은 머리 사진

이 실렸다.

목이 잘린 몸통에 걸쳐져 있는 밝은 오렌지색 옷은 쿠바 관타나모의 미군 기지

에 수용된 이슬람 전사들과, 이라크에서 지난달 참수된 미국인 닉 버그가 입고 있던

옷과 유사했다.

참수당한 존슨의 사진은 사우트 알-지하드 뿐 아니라 여러 이슬람 웹사이트들

에 공개됐다. 발표 후 이들 사이트의 접속이 중단됐다.

◇ 시신 발견 발표 = 사우디 보안 관계자들은 알-카에다 조직의 살해 발표 수시

간 만에 리야드 북동쪽 40km 떨어진 알-무니시야에서 존슨의 시신을 찾아냈다고 사

우디 방송들이 보도했다.

사우디의 실질적 통치자인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왕세제의 외교고문인 압둘 알

-주바이르는 "존슨의 시신이 리야드 부근 지역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리야드 주재 미국 대사관도 제임스 오버웨터 대사 명의의 성명에서 존슨의 사망

을 공식 확인하고 "존슨의 가족과 미국 대사관 및 사우디 내 미국인이 엄청난 슬픔

에 빠졌다"고 밝혔다.

알-아라비야 방송은 보안병력과 무장단체원들간에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

했다. 목격자들은 테러 용의자 3명이 이날 밤 보안군에 사살됐다고 서방 언론에 밝

혔다.

알-아라비야는 이어 존슨 살해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알-카에다 사우디 총책

압둘아지즈 알-무크린(31)이 18일 밤 리야드에서 보안군에 사살됐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또 리야드 동쪽 알-라우다 지구의 2개 지역을 봉쇄하고 있는 것으로 전

해졌다.

◇ 존슨 납치.살해 배경

"아라비아 반도 알-카에다" 조직은 지난 15일 눈을 가린 존슨의 모습을 담은 비

디오를 웹사이트에 띄웠다. 이들은 사우디 정부가 72시간내 억류된 자신들의 동료들

을 석방하지 않으면 존슨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사우디 당국에 수감된 알-카에다 연계 조직원들은 7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

려졌다.

사우디 정부는 테러범들과 협상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이후 사우디 당

국과 FBI는 인질구출 및 협상 전문가들을 대거 투입해 존슨 구출작전을 은밀히 진행

해왔다. 사우디 정부는 또 1만5천명의 군.경 병력과 헬기를 동원해 리야드 시내 곳

곳에서 수색작업을 벌여왔다.

존슨은 미국 방산업체인 록히드 마틴사의 아파치 헬기 목표물 조정 및 야간관측

시스템 개발 분야에서 일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존슨은 지난 12일 리야드에서 실

종됐으며 알-카에다는 존슨이 해온 일이 납치의 배경이 됐다고 주장했다.

존슨은 지난 2주새 사우디에서 살해된 3번째 미국인으로 기록됐다. 지난 8일 미

국방부 계약사인 비넬사 직원 로버트 제이콥스가 자택에서 살해됐다. 또 존슨이 납

치됐던 같은 날에도 미국인 한명이 총격으로 숨졌다. (연합뉴스)

사진:웹사이트에 게재된 폴 마셜 존슨(49)의 참수당한 시신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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