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이 지난 4일 서해상의 우발적 충돌 방지와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선전 활동 중지 및 선전 수단 제거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 조치에 합의했다.
두 차례의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을 통해 이같은 성과가 도출되면서 남북간 긴장 관계 완화와 신뢰 구축이 한층 탄력적으로 진행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합의는 주한미군 감축과 이에 따른 국가안보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합의 내용과 의미
남북간에 구체적으로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된 것은 한국 전쟁 후 51년만에 처음이다. 이번 합의는 일단 서해상에 적용하기 위한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군사분계선상의 유사 상황에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은 우발적 사태 방지를 위해 우선 무선 통로를 열었다. 여기에 양측이 사전에 신호체계에 합의해 깃발이나 조명등 같은 신호수단도 활용하기로 했다.
경의선을 따라 직통전화와 팩스를 설치해 무선 교신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에도 대비했다.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방송과 게시물 등을 통한 선전은 6월15일부터 중단됐고 8·15 이전까지 3단계로 나눠 선전 수단을 없애기로 합의했다.
전문가들은 남북이 이번 회담을 통해 구체적인 조치와 후속 회담 개최에 합의함으로써 군사회담 정례화와 군사 협력의 진전을 계속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선언적 합의가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 방안과 일정까지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이번 합의의 배경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선전수단 면에서 우위에 있는 남한의 양보와 서해상 북방 한계선 불인정을 주장하던 북한의 양보가 맞물렸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또한 북한이 주한미군 재배치 논란, 제3차 6자회담 등에 맞춰 대외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합의했다는 분석, 남북 경제협력추진위 협상을 의식해 유연한 입장을 견지한 때문이라는 분석등도 있다.
◇이후 전망
이번 합의가 나름의 의미는 있지만 오랫동안 고착된 남북의 적대적 관계에 비춰보면 그야말로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는 게 객관적인 평가다. 지난 14일 남북 해군 함정들이 분단 사상 처음으로 교신을 주고받는 모습은 흥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했지만 이제 겨우 시작일 뿐 이러한 합의가 한반도의 평화를 보장해주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전쟁의 위협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회담 결과는 군사적 긴장 완화의 첫 걸음으로, 최소한 서해상이라도 평온해지기 위해서는 쌍방간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남한 정부로서도 여기에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대북 억제력 확보라는 현실적 요구에는 손을 들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향후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성급 회담의 정례화, 답보 상태에 있는 국방장관 회담 재개 등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번 기회에 군비 통제 또는 축소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속속 제기되고 있다. 남북 모두 과도한 군사력 보유와 국방비 지출에 국력을 소모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한미군 감축에 대해서도 서로가 안보 불안을 내세워 군비강화에 나서야 하는 형편이다.
따라서 군축이 남북 모두에게 절실한 과제로 다가온 지금이야말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군축을 논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예에 비춰볼 때 향후 전망을 가능케 하는 관건은 역시 북측의 불확실한 태도가 어떻게 나타나느냐로 모아진다. 북한이 이번 합의를 또 다른 목적 달성을 위한 일시적 양보로 여기느냐, 경제난 등 국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실질적인 출발점으로 여기느냐에 따라 지금의 해빙 무드가 또다시 얼어붙느냐 평화로 이어지느냐가 달라지는 것이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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