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곳에 한 부부가 외동딸과 함께 살았는데, 어머니가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다가 그만 죽고 말았어. 그래서 새로 계모가 들어왔지. 이 계모는 의붓딸을 어찌나 미워했는지 밥도 안 주고 힘든 일만 시켰어. 의붓딸은 날마다 밥솥에 붙은 누룽지만 긁어먹고 살았지. 그러면서 일은 얼마나 고되게 했는지 꼭두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잠시도 쉴 틈이 없었어. 그러다 보니 손바닥 발바닥이 다 닳아서 반들반들해졌어.
계모는 의붓딸을 그렇게 구박하고 부려먹으면서도 저는 손끝 하나 까딱 않고 허구한 날 빈둥거리며 노는 게 일이야. 보다 못해 남편이 길쌈하라고 삼을 몇 단 사다 줬더니, 손으로 한 번 쓱 만져 보고는 이것도 못 쓰겠다 저것도 못 쓰겠다 하고 죄다 울 너머로 내던져 버리는 거야. 보다 못해 남편이 옷을 지으라고 베를 몇 필 사다 줬더니, 이번에도 손으로 한 번 쓱 만져 보고는 이것도 못 쓰겠다 저것도 못 쓰겠다 하고 죄다 울 너머로 내던져 버리네.
의붓딸은 계모가 버린 삼과 베를 낱낱이 주워다가 장롱 속에 잘 넣어 놨어. 그리고 계모가 나들이 나간 틈에 조금씩 조금씩 삼을 삼고 베를 짜서 정성스레 옷을 지었어. 치마도 짓고 저고리도 짓고 해서 모두 일곱 벌 옷을 지어 놨지.
하루는 마을에 광대놀음판이 벌어졌어.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다 구경을 가는데, 계모도 구경을 가려고 보니 입을 옷이 없거든. 이날 이 때까지 바느질 한번 안 해 보고 빈둥빈둥 놀기만 했으니 나들이옷이 있을 턱이 있나. 그래서 허둥지둥하는 걸 보고 착한 의붓딸이 제가 지은 일곱 벌 옷을 다 내놨어.
"새어머니가 울 너머에 버린 삼과 베로 제가 옷을 지어 놨습니다.
이걸 입고 구경 가시지요".
계모가 좋아라 하고 옷을 입어 보니 하나같이 다 작아서 몸에 맞지를 않거든.
"에잇, 이것도 옷이라고 지어 놨느냐?"
계모는 의붓딸이 지은 옷을 모두 갈기갈기 찢어서 울 너머로 내던져버렸어. 그리고는 커다란 항아리 안에 들어가서 목만 내놓고 앉아 남편한테 져다 달라고 했어. 남편이 마지못해 항아리를 지게 얹어 짊어지고 놀음판에 데려다 줬지.
계모는 항아리 안에서 목만 내놓고 앉아서 광대놀음을 구경했어. 한창 구경을 하는데, 재주를 넘던 광대 하나가 펄쩍펄쩍 다가와서 들고 있던 대통으로 항아리를 딱 때리는 거야. 그러니까 항아리가 팍삭 깨지면서 속옷만 입은 계모가 그 안에서 툭 튀어나오겠지. 구경꾼들이 그 꼴을 보고 왁자하게 웃으니까, 계모는 부끄러워서 도망간다는 것이 네 발로 엉금엉금 기다가 그만 집 없는 달팽이가 돼버렸어. 집도 없이 발가벗고 기어다니는 민달팽이가 돼버린 거야.
의붓딸은 계모가 갈기갈기 찢어 놓은 옷을 하나하나 이어 붙였어. 그렇게 누덕누덕 기운 옷을 입고 뒤늦게 놀음판에 갔지. 가 보니 계모는 집 없는 달팽이가 되어 이리 저리 기어다니는데, 때마침 하늘에서 쌍무지개가 뜨더니 일곱 선녀가 무지개를 타고 내려와 의붓딸에게 비단옷을 입혀 하늘로 데려가더래. 의붓딸은 하늘로 올라가 선녀가 되었는데, 집도 없이 기어다니는 계모가 불쌍해서 옥황상제께 부탁을 해서 집을 하나 지어 줬어. 그 때부터 달팽이한테 집이 생기게 된 거란다.
서정오(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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