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터뷰-조선개국 일등 공신 정도전

입력 2004-06-18 09:33:52

이성계가 새 왕조를 건국할 수 있도록 이끈 것은 무학대사와 정도전이다.

조선 건국 후 정도전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일각에서는 이 나라가 '이씨의 나라인가, 정씨의 나라인가' 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도전을 만났다.

-항간에서는 '이 나라가 누구의 나라인가'하는 볼멘 소리가 많다고 합니다.

그만큼 재상의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것이겠지요.

△솔직히 말씀드려 제게 군대가 있었다면 이성계는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이성계만큼 힘있는 무장이 또 있었다면 굳이 이성계와 손을 잡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이씨의 나라니, 정씨의 나라니 하는 말은 이방원측에서 저를 견제하려고 흘리는 말이지요. 이 나라가 어찌 이씨의 나라이거나 정씨의 나라일 수 있습니까. 오직 백성의 나라입니다.

-그 말씀은 스스로 왕위에 오르고 싶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허허허, 그래요? 그런 말은 아닙니다.

제가 누누이 강조하지만 임금은 하늘이 만듭니다.

민심이 곧 하늘이라는 말입니다.

민심이 떠난 고려왕조가 망했듯 말입니다.

-어떻게 이성계 장군과 인연이 닿았습니까?

△아시다시피 제 어머니와 아내 쪽에 천인의 피가 섞여 있습니다.

관직에 오르는 데 한계가 있었지요. 귀족 세력들과 의견 충돌로 9년 간 유배생활도 했습니다.

말하자면 고려사회에 환멸을 느끼고 있었지요. 유배생활을 끝내고 바로 동북면도지휘사로 있던 이성계를 직접 찾아갔습니다.

역성 혁명에 필요한 군사가 필요했습니다.

-며칠 전 술자리에서 '한나라의 고조가 장양을 이용해 나라를 세운 것이 아니라, 장양이 한 고조를 이용했다'고 말씀하셨다는데, 그 말씀은 조선 건국에 태조 이성계가 재상을 이용한 게 아니라 재상께서 태조를 이용했다는 본심을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글쎄요. 제가 그런 말을 했던가요? 사실 나라를 건국하는 데는 누구 한 사람의 힘으로는 어렵지요. 태조는 저의 사상과 재능이 필요했고, 저는 태조의 군사력이 필요했고….

-나라를 재상 혼자 경영한다는 불만도 있습니다.

△저는 임금을 보필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다만 건국 초기이고 태조는 무인인 만큼 정치에 관해 그다지 많은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사회 역사 법률 국방 등 여러 분야에 건국의 기초를 닦는 작업은 제 의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태조의 아들 이방원과 사이가 좋지 못한 것 같습니다만.

△태조의 다섯째 아들인 방원은 야심이 큰 인물입니다.

정몽주를 격살하고 이성계를 왕위에 추대하는 데에도 공을 세웠고요. 능력과 공로를 따진다면, 방원은 왕위를 이을 만하지요. 그러나 태조께서는 막내 아들 방석으로 왕위를 잇고 싶어하십니다.

게다가 야심 많은 방원이 집권할 경우 저의 지위도 위태롭고, 제가 운용하고 싶은 나라의 모습도 바뀔 수밖에 없지요.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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