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몬스터'
요즘 한국영화는 안방보다 집밖에서 더 대접받는 느낌이다.
오는 9월 열리는 제6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진출한 임권택 감독의 99째 작품 '하류인생'은 여전히 전국 관객 100만 명에 턱걸이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과 홍콩 등지에서 전지현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여친소'도 국내에서만큼은 시간이 갈수록 힘이 달리는 모습.
할리우드가 이런 호기를 놓칠 리가 없다.
'트로이'와 '투모로우' 등 블록버스터로 문을 두드렸던 할리우드가 이번엔 작품성을 갖춘 영화들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 선택은 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작인 '몬스터'.
◇몬스터(Monster)
영화에는 감독의 영화가 있고 배우의 영화가 있다.
연출자와 출연자 중 어느 쪽에 무게가 실리느냐에 따라 대체로 이렇게 구분되곤 한다.
18일 개봉하는 '몬스터'(Monster.패티 젠킨스 감독)는 이런 이분법적 잣대를 대면 배우 즉 샤를리즈 테론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댓싱 유두', '데블스 에드버킷', '사이더 하우스', '더 야드', '스위트 노벰버', '이탈리안 잡' 등…. 그녀는 그동안 제법 명성이 있는 영화의 단골손님으로 출연해 왔다.
하지만 이들 영화 중 그녀를 기억시킨 영화는 없었다.
단지 키아누 리브스, 벤 애플렉, 마크 윌버그 같은 할리우드 매력남들을 포장시키는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한 아름다운 여성일 뿐.
그랬던 그녀가 이번만은 스크린 밖으로 제대로 뛰쳐나온 느낌이다.
그리스 여신상 같은 외모가 아니라 순전히 탁월한 연기력 덕이다.
올해 오스카상을 비롯해 베를린국제영화제, 골든글러브 시상식 등에서 20여 개의 여우주연상 트로피가 한꺼번에 굴러 들어온 이유이기도 하다.
"아, 대단한 여배우가 등장했구나". 영화 내내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영화는 미국 최초의 여성 연쇄살인범 에일린 워노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13세부터 거리에서 몸을 팔며 연명하다 여섯 명의 남자를 잇달아 죽이고 붙잡혀 전기의자에 앉을 때까지 그녀의 어두웠던 삶을 그린다.
바닥인생이었던 에일린은 처음으로 자신에게 사랑을 심어준 레즈비언 셀비(크리스티나 리치)를 만나게 되면서 희망을 얻게 되고, 과거를 청산하려고 한다.
하지만 곧 그 희망은 짐이 되어 버린다.
셀비가 쓸 돈을 벌기 위해 다시 거리에 나서게 되고…. 결국 가학적인 섹스를 요구하는 한 남성을 살해하면서 급기야 연쇄살인범이 되고 만다.
영화는 에일린을 결코 동정하지 않는다.
게다가 경찰에 잡힌 에일린을 헌신짝처럼 차버리는 셀비조차 비난하지 않으며 일정한 거리를 둔다.
여성감독 패티 젠킨스는 왜 이런 건조한 스토리를 택했을까. 정작 '몬스터'는 여섯 명을 무참히 살해한 에일린이나 그런 그녀를 철저히 이용한 셀비가 아니라, 자기중심적이고 파괴적인 이 사회를 가리킨 것은 아닐까.
개미 한 마리 죽이지 못할 정도로 '천사'같은 샤를리즈 테론이 흉악한 연쇄살인마 에일린이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궁금증을 자아내는 '몬스터'. 간만에 깊은 여운을 즐기며 극장 문을 나서게 만든다.
상영시간 111분, 18세 이상 관람가.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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