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 CF점령 '남자의 향기"

입력 2004-06-17 09:09:22

최근 선보이고 있는 조미료 광고의 한 장면. 남편이 아내를 위해 낙지전골을 준비한다.

마음은 가상하지만 솜씨는 어설프기만 하다.

한참동안 수선을 떤 끝에야 완성된 요리. 하지만 정작 밥을 하는 일을 잊었다.

28년 동안이나 '고향의 맛'이라는 컨셉을 줄곧 유지해 온 이 제품의 광고에 탤런트 지진희가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파격이다.

게다가 기존 조미료 모델이 주부나 친정엄마 등 여자 일색이었던데 반해 남자 모델을 기용함으로써 지나치게 고정화된 이미지를 벗는 동시에 변화하는 생활상의 한 단면을 반영하는데 성공을 거두고 있다.

#광고, 금남의 벽 깨다

'화장품 CF의 모델=세련된 외모의 여자', '조미료 광고=앞치마를 두른 정겨운 인상의 주부', '아파트 광고 모델=웰빙이 뭔 지 아는 여유로운 여성'. 그동안 국내 광고계에서 여성 모델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영역이다.

이 분야들은 아직까지 여성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남성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만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금남의 벽이 남성 모델을 기용하는 광고들의 잇따른 등장으로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이는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광고가 점차 사라지고 이미지와 브랜드 위주의 광고가 주를 이루면서 생긴 현상이기도 하다.

20대 여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화장품 광고에도 남성 모델이 진출했다.

모 화장품의 모델은 가수 '비'이다.

'화장품 CF의 모델=세련된 외모의 여자'라는 국내 광고계의 공식을 과감하게 깬 것이다.

화장품 모델이 스타의 등용문으로 여겨졌던 과거와 비교하면 격세지감까지 느낄 정도. 여자 모델과 얼굴을 맞대고 있는 '비'의 피부는 여자 모델보다 더 깨끗해 보일 정도로 투명하다.

도회적 이미지의 섹스 심벌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비'를 모델로 내세움으로써 화장품의 기능보다는 감성을 자극하려는 것이다.

여성 모델의 독무대였던 아파트 광고 역시 남성들의 약진이 무섭다.

톱모델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탤런트 이병헌이 최근 한 아파트 광고에 등장한 데 이어 지금까지 아파트 광고에는 한번도 출연한 적이 없는 국민배우 안성기도 조만간 광고에 얼굴을 내밀 예정이다.

탤런트 차인표 는 이미 아파트 '광고 모델로 활약하고 있다.

기존의 아파트 광고에 이영애, 이미연, 김희선, 김남주, 송윤아 등 수 많은 여성 연예인들이 등장했던 것에 비하면 차별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이런 전략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아이를 둔 엄마들을 설득하는 유아용 학습지 광고에도 남성 모델들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부드럽고 지적인 남성상의 모델을 등장시켜 학습지에 대해 강한 신뢰감을 주는 것이다.

#대중 호기심 자극 극대화

이처럼 남성 모델들이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감각적이고 시각적인 이미지 위주의 광고가 유행하면서 대중들의 호기심을 좀더 자극할 수 있는 독특한 소재를 찾은 결과라고 말한다.

제품의 기능이나 성능을 강조하던 시대가 가고 이미지를 내세우다 보니 상식을 뒤엎는 파격적이고 차별적인 광고가 봇물을 이룬다는 것. 광고업계 관계자는 "아파트는 물론 화장품, 학습지 등에서도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실용'에서 브랜드 등을 중시하는 '이미지'로 급격히 변화하면서 남성 모델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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