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소는 싸고 입식소는 비싸고..."

입력 2004-06-16 09:11:56

15일 새벽 김천시 양천동의 김천 우시장.

아직 동이 트기전인데도 소를 팔러나온 농민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고 전국에서 모여든 상인들이 합세하면서 우시장은 어느새 200여명이 모였다.

30분 뒤 장이 열리자 중개인들의 흥정속에 한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농민들과 한푼이라도 더 싸게 사려는 상인들의 줄다리기 속에 농민들의 불만의 소리도 높아져갔다.

"소값이 왜 이렇게 떨어지느냐, 사료값은 또 언제까지 이렇게 오를 속셈이냐, 큰소 값은 폭락하고 송아지 값은 강세를 보이는 기현상이 계속되는데 소 사육을 계속해냐 되는냐, 정부는 뭐하느냐".

이곳에서 일하는 14명의 중개인들도 출하 및 거래물량 감소로 수입이 현저하게 줄었다며 답답해했다.

"요즘 같으면 중개인 1, 2명만 일해도 다 해낼 수 있다.

계속 이런 분위기라면 장날 우시장에 나올 이유가 없지않느냐".

이날 김천 우시장에서 거래된 한우는 암송아지 출장 20마리에 거래 14마리, 수송아지 35마리에 24마리, 암소(500kg 기준) 40마리에 31마리, 황소 18마리에 17마리로 총 113마리가 출장해 86마리가 거래됐다.

이날 거래 물량은 지난 10일 장에 비해 출장두수가 무려 30마리나 줄어든 것이고 거래 또한 19마리가 줄었다.

가격은 지난 10일 장에 비해 암송아지는 2만원 정도 떨어진 평균 301만원, 수송아지는 2만2천원 정도 낮은 225만원에 거래됐고, 암소(500kg 기준)는 평균 375만원으로 보합세를 보였으며 황소는 297만5천원으로 20만5천원 오른 가격에 거래돼 농민들에게 다소 위안을 줬다.

축협 한 관계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10일전쯤부터 소값이 다소 오름세를 보여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날 소값을 살피기위해 우시장을 찾은 사공연(53.김천시 조마면)씨는 "지난 설 이후 소값이 계속 떨어져 최근 사육하던 130여마리를 모두 처분하고 15마리 정도만 키우는데, 최근 큰소에 비해 송아지값이 턱없이 비싸 입식도 못하고 그저 눈치만 살피고 있다"며 "최근 3차례나 올라 25kg 한포당 5천800원하던 사료값이 8천원으로 오른 것을 감안하면 송아지를 키우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618kg 암소를 470만원에 판 김모(51.김천시 대곡동)씨는 "지난 설 가격에 비해 200만원이나 손해를 봤다"며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자살하는 농민들도 발생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차상우(65.성주군 용암면)씨는 "입식할 소는 비싸고 팔 소는 싸고 사료값은 나날이 오르고, 2년 후 시세 전망마저 불투명해 이래저래 농민만 어렵다"고 한숨지었다.

전국에서 한우 두수가 가장 많은 경주지역 한우사육 농가들도 한우값 폭락 충격에 휩싸여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20년째 한우를 키우고 있는 최태수(52.경주시 광명동)씨는 "소값은 추락하고 있는데 사료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도저히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게 됐다"며 "감시활동을 강화해 수입쇠고기의 한우둔갑판매를 근절시켜야 한다" 고 주장했다.

최씨는 "300만원에 구입한 송아지를 20개월 이상 사육해 450만원(거세우)씩 받게 될 경우 사료값을 공제하면 순수익은 한푼도 없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사태가 여기에 이르자 축산농가들이 사료값 등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울며겨자먹기로 현시세보다 싼 값에 소를 내다 팔고 있다.

한우 450마리를 사육해온 정병우(58.경주시 외동읍 제내리)씨는 "현재 한우 시세대로라면 인건비와 사료값은 고사하고 생산원가도 건지기 힘들게 됐다"며 긴 함숨을 내쉬었다.

경주.박준현기자 jhpark@imaeil.com 김천.이창희기자 lch888@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