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사람-소아과 전문의.수필가 이동민씨

입력 2004-06-16 09:12:10

소아과 전문의.수필가 이동민씨-"30여년 동안 팔공산을 오르내리면서 팔공산의 진면목이 무엇일까란 의문을 갖게 됐어요. 그런 연유로 나름대로 꾸준하게 연구해보니 팔공산에는 불교 이전의 우리 토속신앙이 곳곳에 깃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우리고을 지킴이 팔공산'(북랜드)을 최근 펴낸 이동민(57)씨. 소아과 전문의이면서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토속신앙이란 프리즘을 통해 팔공산을 조망해봤다"면서 "사실에 어긋난 주장일 수 있더라도 이책에 동조하는 이들이 많아 좀 더 깊이 있는 연구를 한다면 보람으로 여기겠다"고 겸손해했다.

이씨는 "팔공산은 오늘 뿐 아니고 아득히 먼 옛날부터 살아가는 일이 고달플 때마다 머리를 숙이고 빌었던 곳"이라며 "그렇기에 팔공산은 '우리 고을의 진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그는 "토속신앙에서 불교, 유교로 이어져온 우리나라 경우 그 성지들이 중첩되는 것이 특징"이라면서 "그 이유는 사람들이 신성시하는 곳에 터를 잡아야 포교 등 여러모로 유리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이같은 관점을 바탕으로 이씨는 1년이 넘게 팔공산 곳곳에 있는 불교 유적을 답사하며 토속신앙의 흔적을 찾아내 책에 고스란히 담았다.

수많은 인파들이 몰려드는 갓바위 부처에 대해 그는 "갓바위 부처님을 아래 마을 사람들이 숫부처님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미뤄 부처님이 자리를 차지하기 전에는 남근석 신앙지였음이 확실하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이씨는 "산악신앙과 돌신앙이 합쳐지면서 남근을 닮은 바위가 신앙의 대상이 됐다"며 "토속신앙에서 신성하게 여기던 큰 바위에 불교가 들어오면서 부처님을 새긴 것이 갓바위 부처님"이라고 얘기했다.

서봉의 삼성암이라고 부르는 터도 사찰의 터가 아닌 우리의 토속 신을 모셨던 사당 터이며, 선덕여왕을 모신다는 부인사에서는 모신(母神)신앙의 체취가 강하게 남아있다는 것이 이씨의 주장이다.

또 군위 삼존 석불상, 동화사, 송림사, 파계사, 은해사, 운부암 등 팔공산 곳곳의 불교 유적들에 얽힌 설화들을 토속신앙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유적 자체가 지닌 특징까지 상세히 풀어내고 있다.

경주 출신인 이씨는 "옛 것에 대한 관심이 고대미술로 시작됐다.

점차 그후에 고대신앙에까지 관심의 영역이 확장됐다"고 말했다.

고대신앙을 주제로 계명대 철학과가 주최하는 목요철학세미나에서 강의를 할 정도로 고대신앙에 대한 그의 공부는 깊이를 인정받고 있다.

그가 지금까지 수집, 보관하고 있는 동.서양 미술에 관한 책이 1천권을 넘을 정도다.

그는 "과학이란 패러다임으로 보면 고대신앙이나 신화를 황당한 것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과학이 아닌 인간을 잘살게 하는 방법이 무엇이냐는 패러다임으로 접근한다면 고대신앙이나 신화는 인간에게 매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팔공산에 우리가 몰랐던 것들이 참으로 많구나"란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책을 낸 보람을 느꼈다는 이씨는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 우리 문화를 아는 것, 그리고 우리 문화를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수필집 '떠내려간 고향'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우리 시대의 이야기' '감각의 제국, 그 벽속에서' 등과 육아서 '우리아이는 잘 자라고 있는가'를 펴내기도 한 이씨는 고대인들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는 고대미술에 관한 책을 준비하고 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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