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여중생 폭력서클 씁쓸

입력 2004-06-15 13:31:31

"여중생들이라곤 도저히 믿기지 않습니다.

마치 조폭을 수사한 것 같네요".

여중생 폭력서클 수사를 맡았던 대구달서경찰서 형사계 직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10대 초.중반의 여중생들이 마치 조폭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행동강령을 가진 폭력 서클을 만들고 조직적으로 금품을 갈취해 왔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달서구 ㅅ중을 졸업한 학생과 현재 3학년에 재학중인 이들은 조직을 이끄는 대장, 돈을 빼앗는 부대장, 서클 홍보(?)를 맡은 '간판', 행동대원 등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특정학생을 지정, 수시로 현금을 갈취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2년 동안 180여 차례에 이르는 금품 갈취와 반항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6차례 보복 폭력을 행사하는 등 이들은 '범죄'를 마치 일상 생활로 여겨왔다.

더욱이 이들은 '싸울 때는 같이 싸우고 피해를 입으면 도와 준다'는 등 행동강령까지 만들어 두고 결속력 강화를 위해 매주 토요일 정기모임까지 갖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학생들로부터 금품을 뺏은 목적은 노래방비와 오락실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것.

특히 선배인 한모양 등은 올해 초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교에 진학한 뒤에도 후배들로부터 소위 화이트데이를 비롯해 남자친구와 만난 지 100일째 되는 날 등 특정일에 금품을 상납받고 후배들에게 문제가 있으면 공동으로 보복폭력까지 서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 여중생들이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전혀 뉘우치는 기색이 없을 정도여서 당황스럽기만했다"며 "피해를 입은 학생들 조차 보복을 꺼려 피해사실을 밝히려 하지 않아서 수사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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