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장 공천' 이젠 포기해야

입력 2004-06-14 11:36:18

허성관 행자부장관이 지난주말 광주 공무원특강에서 "정치권이 미적거리면 행자부가 직접 선거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용감하게 나섰다.

20일전 열린우리당과의 당정협의회에서 강한 '톤'으로 요구한데 이은 두번째 공개요청이다.

우리는 정당공천제의 장점있음을 감안한다손 치더라도 기초장(長)의 공천배제가 현실적 대답임을 믿는다.

국회가 해야할 일을 주무장관이 독촉하다시피 할 땐, 그게 선거가 코앞에 닥쳐서는 또 도로아미타불이 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문제는 전국기초단체장 협의회가 줄기차게 주장해온 바이지만 수족(手足)같은 기초단체장을 포기하기 싫은 국회의원들의 몽니로 묵살돼 온게 현실이다.

공천제의 장점도 물론 있다.

풀뿌리 훈련을 통한 유능한 정치자원의 육성, 책임정치에의 기여, 후보난립의 예방기능 등이 그런 것들이다.

문제는 이같은 장점들이 끊임없는 상쟁(相爭)의 정치 속에서 빛을 잃어버린데에 있다.

당장 최근의 6.5 지방재보궐선거를 보라. 이게 지방자치.지방분권을 위한 선거였나, 중앙정치권의 추악한 대리전이었나? 열린우리당과 청와대는 국회과반수 확보에도 성이 안찬듯 지역주의 극복을 내세워 '올인'했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마치 전쟁터에서 배수의 진을 친듯, 당전체가 지방으로 옮겨 간듯 했다.

지방자치의 본뜻을 중앙정치권이 냅다 내동댕이친 것이다.

그뿐인가.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 폐해는 공천헌금의 추악한 뒷거래에다 청탁과 이권개입의 수단으로도 악용됐다.

당장 경산.청도지역 박모 전 의원과 두지역 시장.군수가 수억원의 공천거래로 신세 망쳤음을 우리는 보고있지 않은가. 이젠 선거판에서 그런 부정(不正)은 할 수가 없게 됐다지만 그런 부정 못지않게 지방자치단체의 '중앙정치권 하도급화 현상'은 악습으로 자리잡아 버렸다.

따라서 허성관 장관의 선거법개정 요구에 17대 국회가 빨리 화답해주기 바라는 것이다.

한 술 더 뜬다면 차제에 지방선거 제도 전반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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