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바퀴 도는 새 국회

입력 2004-06-14 11:36:51

17대를 일하는 국회로 만들 것이라는 공언이 무색할 정도로 여야의 첫 임시국회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개원이 열흘가량 지났지만 원구성도 못한 채 표류하며 각종 현안에 대해 공방만 벌이고 있다.

여야는 당초 지난주말까지 원구성안을 매듭 짓고 14일부터 교섭단체 연설에 들어가는 등 17대 첫 임시국회 일정을 제시했다.

그러나 예결위 상설화, 법사위원장 배분 문제와 관련해 첨예하게 대립, 지난 주말까지의 10여 차례에 걸친 대표단 협상은 물건너 갔다.

다만 여야는 계속되는 공전을 막기위해 일부에서 원구성과는 별개로 교섭단체 연설과 대정부질문을 진행시키자는 입장이지만 이해찬(李海瓚) 총리 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특위 구성과 주요 상임위원장 배분문제에 있어 극명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는 만큼 원구성안 일괄타결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원구성 지연에 따라 의원들의 상임위 배정이 늦어질 경우 대다수 의원들은 의정방향을 잡지 못한 채 당분간 '놀고 먹기식' 의정활동을 해야 할 처지다.

원구성이 타결되더라도 당장 여야가 협력해 '개미국회'를 만들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신행정수도 이전, 공직자 백지신탁제 등 각종 현안에 대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이견을 보이며 단단히 벼르고 있어 의원들의 본격적인 의정활동 개시는 '불꽃튀는 공방전의 시작'을 의미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와 관련, 열린우리당은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행정수도를 이전하는 것이라는 기존 입장이지만 한나라당은 '천도' 수준인 수도이전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여권을 압박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14일 "한나라당의 천도론은 국가적 현안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당략"이라고 비난했고 한나라당은 지속적으로 이전계획의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딴지를 걸고 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국회가 오는 2007년말 완공을 목표로 880억원을 들여 연건평 1만7천여평 규모로 신축중인 헌정기념관 옆의 보존서고동 건물(가칭)에 대해서도 '예산 낭비'라고 지적, 행정수도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고위공직자 백지신탁법안을 놓고도 여야의 신경전이 한창이다.

한나라당은 최근 "정부가 여당과 조율해 17대 의원을 백지신탁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국민여론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난했고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입장이 총선공약처럼 공직자 재산을 신탁기관에 그냥 맡겨두자는 것인지, 정부안처럼 신탁기관이 처분토록 하자는 것인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역공을 취했다.

양당은 공직자의 존비속 재산을 신탁대상에 포함시키는 문제 등 세부안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어 정부가 강행할 경우 여야의 공방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사진: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 천정배 원내대표가 난항을 겪고있는 야당과의 원구성 협의에 대한 원내보고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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